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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가장 가까운 사람

by 볕뉘


가끔은 웬수

대부분은 동지

어쩔 땐 남보다 못하지만

결국은 내 사람

같은 집, 같은 식탁, 같은 하늘 아래에서

운명의 숨결로 하루를 엮어가는 사람

말 한마디에 하늘이 무너질 듯 아프다가도

잠든 얼굴을 보면 마음이 사르르 녹는 사람


때로는 바람보다 차가운 말로 서로를 베이지만

그 아픔 끝에는 늘 우리라는 온기가 있는 사람

세상 누구보다 멀게 느껴지다가도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는 사람


서툰 위로로 다투고

침묵으로 다시 화해하는 사람

설렘 대신 익숙함이 함께 하고

내가 돌아갈 유일한 집인 사람

젊은 날엔 손을 잡고 세상을 향해 걷던 모습에서

이제는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천천히 늙어가는 법을 서로에게서 배우는 사람

주름마다 새겨진 시간의 결이

싸움과 화해의 기록처럼 고요히 남는 사람

가끔은 웬수처럼

가끔은 친구처럼

그래도 결국은 나의 사람으로

삶의 끝자락까지 함께할

유일한 동행으로 남아 있을 사람

봄에는 나의 햇살로

여름엔 나의 그늘로

가을엔 낙엽처럼 내 곁을 감싸고

겨울엔 따뜻한 숨결로 내 손을 덮어주는 사람

사랑은 오래 머물며 모양을 바꾸고

정은 깊어지며 말이 줄어들지만

당신이라는 이름 아래

하루를 배우고 인생을 배우며

서툰 마음으로 사랑을 이어가는 당신은

나의 유일한 사람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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