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커피와 이별

커피와 이별의 공통점

by 볕뉘
커피.png

사랑은 에스프레소처럼 시작되네.

짧고 강렬하게 한 모금만으로도

밤이 깊어지네


너무 진해서 우유처럼 나를 섞었지

부드러워야 사랑인 줄 알았거든

달콤한 시럽 같은 말들은

생각보다 유통기한이 짧더라


이별은

쿠키를 굽다 태운 냄새 같아

처음엔 달콤했는데 결국 창문을 열어야만

사라지네.


커피는 식고 그의 말은 남았지

쓴맛 속에서도 잊히지 않던 향기처럼

잔 위엔 거품만 남고

이별 위엔 추억만 남는다


사랑은 에스프레소처럼 시작되고

이별은 블랙처럼 솔직하며

추억은 라떼의 향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것

너 없는 하루는

카페인 빠진 디카페인

심장은 덜 뛰는데

습관은 여전히 설렌다.


쓴 기억 위에

거품 같은 하루를 얹고

오늘을 부드럽게 마셔

사랑이 떠난 자리에서


이별의 온도는 36.5도

그 아래로 내려가면

사람도, 커피도, 맛이 달라지네

식고 나서야 진짜 맛이 느껴지지

뜨거울 때가 전부는 아닌 맛.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