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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뉘 Sep 07. 2024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나는 가끔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20대의 나는 마치 폭풍우 속 작은 배와 같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끊임없는 자기 성찰은 나를 쉴 새 없이 흔들었다. 이른 나이에 결혼, 사회생활의 어려움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했다. 머뭇대고 주춤하는 동안 나의 친구들은 사회에서 인정받고 안정을 찾아가던 시절, 나는 열심히 육아와의 싸움에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이른 나이의 결혼으로 인하여 항상 친구들과 엇갈린 삶을 살았다. 한창 친구들은 사회생활 할 때 나는 열심히 육아하였고, 내가 아이들 다 키우고 여유가 있을 때는 친구들은 열심히 육아 중이었다. 항상 떠도는 섬처럼 불안하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다.

사실 50대 지금도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20대처럼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으로 현재를 놓치고 살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짧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던 20대의 시간보다 훨씬 더 빨리 내 곁에서 도망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많으면서도 시간이 없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는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고,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말고는 잘 모르겠다. 결국 삶의 가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50대에 이르러서야 겨우 알 것 같은 삶인데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 것 같다.

여기저기가 벌써 고장 나기 일쑤고 하루가 다르게 몸의 변화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20대에는 며칠 밤을 꼬박 새우거나 끼니를 걸러도 배고픔을 몰랐었다.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력이 좋았던 위장은 지금 완전 고장이 나서 너덜너덜한 상태다. 몸속 장기뿐만 아니라 예컨대, 아침에 눈을 뜨면 어김없이 쑤시는 관절과 뻣뻣해진 몸이 나를 반긴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허리가 삐끗하거나, 잠시만 앉아 있어도 다리가 저려온다. 젊은 시절에는 가볍게 뛰어넘었던 문턱도 이제는 조심스럽게 넘어야 한다. 마치 몸이 한 몸이 아닌 것처럼, 여기저기서 이상 신호를 보내온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러한 불편함은 꼭 급할 때,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 새 신발을 신고 나섰다가 발이 까져 물집이 잡히거나,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갑자기 배탈이 나는 일은 다반사다. 마치 우주가 나를 놀리는 듯, 모든 일이 꼬여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익숙한 물건마저 나를 괴롭힌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스마트폰은 여러 가지 복잡한 기능으로 가끔은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돌을 느낄 때도 있다. 이젠 책도 돋보기가 없으면 읽을 수 초자 없을 정도로 노안이 찾아왔다. 모든 것이 퇴색되고. 후퇴되는 것이 가끔은 나를 서글프게 하고 웃지 못할 웃음거리도 만들어 내지만 초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버텨내려고 노력 중이다.

젊은 날의 열정과 패기는 사라졌지만, 대신 잔잔한 평온과 여유가 자리 잡았다. 마치 깊어져 가는 가을처럼, 삶의 풍경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책의 마지막 장을 어떻게 써 내려갈 것인지 나 자신과 대화 중인 요즘!

그것은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싶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연과 함께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저무는 노을처럼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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