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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수 Apr 11. 2023

초밥의 맛

내 인생의 가장 큰 후회는 공부를 그만두지 않고 대학교를 졸업한 것이다.


그리고 회사원이 되었다. 내 꿈이 아닌 어머니의 꿈을 이뤄주었다.


이대로 계속 일하면 내 인생의 가장 큰 후회가 바뀔 것 같아 퇴사를 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후회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게 되기는 싫었다.



일을 하시는 어머니에게 요리는 그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당신의 부대찌개에서는 부대국이라고 명명해도 될 만큼 밍밍한 맛이었고,


당신이 반찬통 안에서 가위로 대충 썬 배추김치는 젓가락으로 집으면 만국기처럼 따라 올라왔다.

(덕분에 군 휴가 때 군대 식단이 그리웠고, 외국에서 살 때도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 없었다.)



나는 그런 반면교사로 인해 요리는 정성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고


요리는 취미이자 특기가 되었다.


대학생 시절 내가 하는 아르바이트는 항상 주방이었다.



퇴사 후 나는 요리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점심에는 초밥집 저녁에는 횟집에서 일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오전 아홉시 반에 초밥집에 출근해서 오후 세시에 퇴근하고 다시 네시에 횟집으로 출근해 열시 반에


일이 끝난다. 힘들지만 내가 선택한 길, 후퇴는 없다.



오늘은 손가락에 생긴 사마귀 때문에 초밥집이 끝나고 병원에 가야했다.


항상 늦은 점심을 챙겨주시는 사장님께 오늘은 병원에 가야 돼서 식사는 하지 못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초밥을 포장해 주셨다. 일하는 동안 초밥을 만들어 보기만 했지 온전한 한 팩을 다 받아보는 건 처음이었다.


병원 진료 후 횟집 앞 공원에서 초밥을 먹었다.


눈물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일과가 끝나갈 시간에 나는 전반을 끝내고 후반을 준비해야 해서일까?


초밥집에선 나이 어린 선배한테 혼나고, 횟집에선 어리다고 궂을 일을 다 시키는 이모들 때문일까?


회사에서 힘들게 벌고 아껴서 모은 돈이 전세사기를 당해 대출을 갚으려 하루에 12시간을 일해야


해서일까?



아니다, 5분 안에 급하게 먹고 출근해야 하는 이런 상황에도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쌀은 입안에서 폭죽 터지듯이 터지고 생선은 아직 바닷속에서 처럼 내 혀 위에서 헤엄쳤다.



나도 언젠가는 사장님이 만든 초밥처럼 사람들에게 각자의 스토리가 있는 퍽퍽한 삶에 초대리를 발라


잠시나마 부드럽고 향기 나는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초밥 요리사가 되고 싶다.



비록 횟집에 늦어 한 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행복하다. 방금 초밥을 먹었기 때문에.


앞으로 남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초밥을 만들 거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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