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배울 사람은 하찮은 것에도 배우고, 못 배울 사람은 좋은 것에서도 못 배운다.
배움의 오류를 3가지로 정리해본다.
1. 배움 당하기를 원한다.
배우는 주체는 나다. 누가 배우게끔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배우지 못하는 이유를 외재화하고 그것을 탓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는 많은 지식과 지혜가 있다. 그런 정보를 접하고 “뻔한 얘기네”, “이미 봤던 건데…”라고 반응한다. 그런데 정작 실천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배웠다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들어는 봤다.”,”보긴 봤다.” 정도의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정말 그 정보가 문제인 건가? 아니면 내가 문제인 건가? 정보의 퀄리티가 더 좋아서 수동적인 나를 변화라도 시켜줘야 하는 것일까? 도대체 나를 변화시키려면 얼마나 퀄리티가 좋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쯤 되면 내가 문제인 건 아닐까?
독서를 하고도 “특별하진 않네”, “삶이 바뀌진 않네.”라고 불평한다. 애초에 책은 나를 변화시켜줄 의무가 없다. 변화는 내가 하는 것이고 책은 지식을 적어둔 것뿐이다. 배우기 위해 자기 계발 서적을 읽는다면 배우는 게 목적이다. 책의 퀄리티를 평판하는 것은 평론의 영역이다. 책의 잘못된 점을 찾고 툴툴거리기보다 내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얻는 것이 목적이라면 판단은 과정일 뿐이고 결국 뭘 얻어내겠다는 목적을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그건 내가 해야 한다.
2. 배우는 행위만 한다.
배운다는 것은 지식이나 지혜를 습득하는 것이다. 결국에는 습득해야 한다. 습득하는 것이 배움의 목적이다. 그런데 배울때의 감정을 위해 배우기도 한다. 정말 무언가를 습득해서 실천해야 하는데, 무언가 하고 있다는 행태에서 만족감만 얻는다.
배우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취한다. 다량의 독서를 뽐내거나, 교양 있게 강연을 보러 다니는 자신을 보여주고, 예쁘게 필기하고 꾸민다.
물론 그래도 된다. 만족할 수도 있다. 그런데 본질을 잊게 된다면 생각해봐야 한다. 정말 무엇을 위해 이것을 하는지 말이다.
3. 배움이 아니라 답습을 원한다.
효율성의 시대다. 배움에도 효율을 찾는다. 물론 효율은 중요하다. 효율을 통해 더 빠르게 배우고 성과를 낼 수 있다. 정형화된 커리큘럼, 믿을 수 있는 멘토를 통해 배우는 것은 효율적이다.
하지만 배우는 것은 어떤 개념, 지식, 지혜,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즉, 특정한 면을 배우는 것이다. 그 커리큘럼이나 멘토를 추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배울 점만 배우면 된다. 그 사람의 평판, 사생활, 성격은 상관없다. 그런 뒷배경을 통해 개인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존경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건 배움과는 다른 애정의 영역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그런 뒷배경에 호감을 느끼며 자신의 믿음을 내주고 종속되는 것이다. 또한 그런 뒷배경을 신경 쓰며 거만하게 배울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좋은 점은 수취하고 나쁜 점은 반면교사 삼으면 된다.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잘하면 말 잘하는 것을 배우고, 돈을 잘 벌면 돈을 잘 버는 법을 배우면 된다.
배우고자 하는 것은 특정한 면이다. 특정한 면이 아닌 그 사람, 그 커리큘럼 자체를 추종하게 되면 제대로 배우지도 못 할뿐더러 사기까지 당하게 된다.
마케팅으로 부풀려진 그 사람의 이력, 업적을 믿고 그 사람의 말에 종속되는 경우는 흔하다. 예를 들어, 순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자랑하며 돈 많이 번다고 사기 치거나, 수강생 수, 주식 수익률 등을 왜곡하고 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속는다.(통계의 함정을 알면 대비하기 쉽다.)
물론 결과물은 어떤 면의 실력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대변하진 않는다. 그 사람의 어떤 면은 배워야 하지만 어떤 면은 배우지 말아야 할 수 있다. 평판을 추앙하며 모든 믿음을 주다간 당하는 수가 있다.
이런 것에 속아 나는 이유는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닌 지식을 답습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뒷 배경을 보고 그냥 그 사람의 말대로 다 따라가고 싶기 때문이다. 따져보고 고민하는 과정이 없이 속효적으로 이행하려고만 한다. 배우는 것은 전적으로 내가 하는 것이다. 외우는 것과 학습은 다르다. 외우는 것은 답습하면 되지만 학습은 실제로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해보며 현실에서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체험하는 것이다.
시행착오와 직접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지혜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식 그 자체를 답습하는 것이 아닌 지식이 작용하는 원리를 배우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