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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Nov 01. 2023

지금 (Now)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었다여름을 충분히 살지 못한 모기가 극성스레 달려들어도 잡고 보면 힘이 없어 보인다고 말을 해도 여전히 단잠을 해치는 반갑지 않은 모기사냥으로 자리를 떨치고 나니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이다.  

  2023년 여름은 특별했다꽉 찬 한 달을 미국에서 보냈다.

동과 서에서 모여 함께 생활한 날들이 우리 가족에겐 흔치 않은 기회 였다난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양의 밥을 지었다김밥도 말고 갈비도 재우고 나물도 더 많이 장만했다.

무겁다고 다 있으니 걱정 말라고 몸만 오라는 말을 믿고 꾸려간 나의 보따리가 야속해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이가 든 까닭인가 지난 번 방문에는 나의 허기를 채우느라 이곳에서 놓치고 살던 볼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자연도 더 크고 아름답게 보였으며 문화적 체험도 늘 감동으로 다가왔다그래서 난  나를 위해 바빴다몸이 바쁘니 늘 차고 넘치는 계획으로 인해 마음이 들떠 있었음을 고백한다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에서 맞는 아침은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각양각색의 개를 동무 삼아 산책하는 이들에게 눈으로 만하는 인사가 아니고 다가가 그들의 친구에게 쓰다듬으며 말을 건다꼬리를 흔들며 순하게 앉아 있는 나와 다른신의 창조물에게  서울에서는 상상치도 못하는 예의와 사랑을 보낸 것이다이렇게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모여 조화롭게 사는 도시에서 숨을 쉰다는 것이 때로는 나를 참 너그럽게 만든다그래서 아주 가끔   내가 태어난 곳이 이곳 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곤 한다.   

  바다 가까이 사는 딸 덕에 하루 종일 지치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으로 난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처럼 늘 가볍고 산뜻한 여름을 보냈다

그리움의 세월만큼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은 우리 가족이다.

젊은 날 내가 바삐 흘려보낸 세월에 아쉬움과 후회를 남긴들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해도 다가올 날에 대한 무지개를 언제 어떻게 맞이할 줄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오늘 드디어 긴 추석의 연휴가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내겐 생각만 으로도 길고  힘든 귀성길을 귀경길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휴가의 끝은 늘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나도 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던 지난 여름이 그러했다.

다시 만나는 날을 기다리며 약속하며 헤어지던 날 많이 아쉽고 이별이 여전히 서툰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결국 우린 지구의 동과 서에서 다른 방식으로 추석을 맞이했다.

대한민국에 민족의 대 이동이 있고 많은 이들이 성묘와 가족의 만남으로 즐거운 날우린 넘쳐나는 음식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유난히 밝아 이역만리 까지 달빛이 비추일 것 같은 그 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솟아오르는 그리움을 달래며 나는 물었다.

우린 언제 함께 이런 좋은 명절을 함께 보낼까?

큰 사위는 내게 말했다. ‘Now’ 라고맞다서로 사랑과 존경을 담아  마음을 담아 나누는 대화의 순간그 마당이 우주이다그 날이 영원인 것을 나는 잠시 잊었다우리 삶에서 붙잡아야 할 금 보다 소중한 것.

 

  카르페 디엠 (Carpe diem)이 떠오른다현재를 잡아야한다.

그리고 만약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And if not now, w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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