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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Dec 10. 2023

내일 끝나고 뭐 해?

내일 끝나고 뭐 해?

오후의 날씨가 포근하다고 기상캐스터가 전해 준 정보를 믿고 무거운 코트가 버겁던 차 가벼운 옷 몇 개를 겹쳐 입고 밖으로 나오니 웬걸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다시 돌아가기엔  조금 불편한 발이  신경이 쓰여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마을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늘 한가한 정류장이 멀리서 보니 까마귀 떼들이 모여있는 듯 검은 무리들이 서 있다.

차에 올라 흔들리며 내려가는 사람으로  가득  찬 버스가  평소보다 소란스럽다. 한데 거슬리기는커녕 그들의 높고 낮은 목소리며 웃음소리가 한 겨울 노루가  눈 밭을 뛰어가는 듯 가볍고  맑고 상쾌했다.

잠시 후  나는 까만 까마귀 떼 들이 집 근처에  다니고 있는 고등학생인 것을  깨달았다

나 보다 큰 키와 덩치로 그리고  긴 머리. 더구나 오전 10시에 가까운 시간이니 난 그들의 신분을  알 수 없어 대학생들로  판단의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모두 비슷한 차림이다,

긴 패딩코트와 검정 백 pack. 검정 신발.

슬쩍 처다 본 코트는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상표가 붙어 있고 책이 들어 있을 가방도 비슷하다.

그리고 학생들만큼  고단한 부모님의 얼굴이 비친다.

지하철로 갈아타러 오는 내내 소란스럽던 차 안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들린다.

'내일 끝나고 뭐 해?'

~지금은 시험기간.  학년말 고사 기간인 것이다.

시험이 끝난 후 무엇을 할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학생은  어머니가 옥수수 3대를 쪄놓고 기다리신다고 했다.

지난날 우리들은 시험을 끝낸 후  무엇을 했던가? 긴장과 수면 부족의 시간을  보낸 피곤함으로 소리치며 친구들과 달려가던 극장도 오래 전  몇은 문을 닫았고  아마도 학교 앞 분식집과 빵집도  사라졌으리라.  아버님 손을 잡고  색의 스케이트를 사던 동대문 운동장의 상점도 기억 속에만 자리할 뿐이다.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당구장을 드나들던 모자가 잘 어울리던 이웃집 오빠는 무엇을 할까?

엄하시던  훈육주임  선생님은 아직  세상에 계시려나?

내게도  이맘때 시험이 끝난  후 돌아가면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 주시던 할머니와 맛있는 상차림을 준비하시던   어머니가 계셨는데.~~


오늘 만난 저 어린 꽃 봉오리들은 모르리라.

그 시간 자신들과 함께 버스에 오른 할머니가 얼마나 그리워하는 것을 그들이 지니고 있는지를.

그들에겐  힘든 시간 속의 시험 기간이  축복이고

 옥수수를 쩌 놓으시 기다려 주는 어머니가 반기는 그 집이 세상 그 어느 곳 보다 따뜻한 곳이라는 것을. 모르리라.

지금 내가 앉는 자리.  나와 손 잡고. 나를 스친 이. 눈에 들어온 풍경. 오늘 지나온 그 길.떨어지며 웃던 나뭇잎.아가의 울음소리.길가의 고양이.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부디 꽃  봉우리여.  향내 나는 멋진 이가 되어라.

가슴 따뜻한 사랑의 사람이 되어라.

돌아갈 곳이 있는 이들이여

살아있음이 축복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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