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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BTED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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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Sep 11. 2023

4편 / 1화

아이들의 꿈

오늘도 운동치료를 하고 내 침대에 앉아 신나게 게임을 하는 중이다. 이젠 뭔가 느낌적으로 오늘도 가는구나를 느낀다. 저쪽에서 베이지색의 셔츠를 깔끔하게 입고는 의사가운의 포켓에 꽂아진 만년필이 빛을 받아 반짝이며 걸어오는 미친 의사가 내 곁눈으로 보인다. 이젠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미친 의사의 말없는 끄덕거림에 나도 까딱 말없이 화답한다.




어느 아파트 놀이터.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노는 모습이 보인다. 흰색의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양갈래로 한 하얀 피부의 여자아이. 머리에 딸기모양의 핀이 햇빛을 받아 유난히 반짝거린다. 그 반짝거림이 아이의 웃음과 닮아 있었다.


놀이터 벤치에 청바지의 흰 티를 입은 청년이 보인다.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놀이터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음 짓고 있다. 어느 한 아이의 젊은 삼촌인 듯 보인다.


딸기머리핀을 한 아이가 그 청년에게 다가간다.


"저기요~ 아저씨. 우리 엄마가 놀이터로 오기로 했는데 엄마가 절 못 찾으실 것 같아요~ 전화기 한 번만 빌려주세요~"

"응? 엄마가 곧 오시기로 했어?"

"네~ 저기 곰돌이 놀이터에 있으라고 했는데 제가 햇님놀이터로 친구랑 왔거든요.. 엄마가 찾으실 거 같아서 전화해야 될 것 같아요~"

"아~ 근데 아저씨 휴대폰이 편의점에 충전 중인데..... 거기로 같이 갈래? 충전 다 됐을 거야~ 시원한 음료수도 사줄게~"

"아니... 근데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된다고 그랬는데......"

"친구가 아저씨한테 전화기 빌려달라고 했지? 그래서 전화기 있는데 가려는 거야~ 엄마가 친구 찾느라 힘드시면 어떻게 해~ 얼른 전화드려서 햇님놀이터로 오시라고 해야지~"

"아! 맞다!! 엄마한테 전화해야지!! 네! 얼른 가요! 음료수는 안 사주셔도 돼요~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 사주는 건 먹지 말라고 그랬어요~"

"그래~그래~~~ 알았어~ 전화기만 빌려줄게~~~"



친절한 미소를 띠며 청년은 아이의 손을 잡고 편의점으로 향한다. 하얀 피부에 함박웃음을 얼굴에 피우고 청년의 손을 잡고는 놀이터를 빠져나간다. 햇빛에 반짝이는 딸기 머리핀이 유난히 더 눈에 들어온다.






미친 의사가 놀이터 화장실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니!! 이 와중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요? 그놈을 빨리 따라가야지!!"

"지금 그리로 가려는 거잖아!"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편의점 근처에 손을 꼭 잡고 걷고 있는 청년과 아이가 보인다. 편의점 옆 아동복 가게에 걸린 '엘사'드레스에 눈이 간 아이가 청년의 손을 놓고 뛰어간다.


"우와~ 엘사 드레스다~~~~!!"


아이의 뒤를 잇던 청년이 아이 옆에 쪼그려 앉으며 말한다.


"이거 갖고 싶어?"

"네!! 엄마가 내 생일날에 사준다고 했는데 내 생일날은 눈이 오는 날이라 아직 기다려야 한다고..."

"아저씨가 사줄게~    저기요~~ 이 드레스 얼마예요?


'엘사'드레스를 받아 든 아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잊은 지 오래다.


"엘사옷이 그렇게 좋아?"

"네!! 이 옷 입으면 나도 엘사처럼 예쁜 공주가 되겠다~~~ 우와~~"

"그럼.. 아저씨 집에 가서 입어볼래? 아저씨집에 엘사 인형도 있고 울라프도 있어~"

"정말요?? 아, 근데 엄마는...?"

"엄마는 아저씨집으로 오시라고 전화했어~~"

"아.. 그렇구나~~ 신난다~~~"



띠리링~


청년의 집에 들어선 아이. 얼굴엔 아직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아저씨~ 엘사인형은 어디 있어요?"

"이제 이 옷 입으면 네가 엘사가 되는 건데 인형이 무슨 필요야~"

"네? 울라프도 있고 엘사도 있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없는데.."

"네가 엘사가 되고 아저씨가 울라프가 되는 거야~ 그렇게 우리 재미있게 놀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것인지. 무서움이 생긴 아이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집 안을 이리저리 살핀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던 엄마의 얼굴이 기억이 난 아이는 청년에게 말한다.


"엄마한테 지금 오라고 전화해 주세요. 저 집에 갈래요."

"응~ 엄마가 조금 늦으신대~ 그러니까 아저씨랑 인형놀이 하면서 재미있게 놀고 있자~ 그러면 엄마가 곧 오실 거야~"

"아니에요.. 저 집에 갈래요.. 엄마 불러주세요.."


이내 울음을 터트린 아이. 큰 소리로 울며 엄마를 찾는 모습에 당황한 청년은 재빨리 아이의 입을 자신의 손으로 막는다. 발버둥을 치며 청년의 손을 뿌리치려고 하면 할수록 양팔에 더 많은 힘을 주며 아이를 감싸 안는다. 아이의 하얀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고 악을 쓰는 아이를 꽉 잡고 있던 터라 아이의 얼굴에는 붉은빛이 돌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 까. 아이의 움직임이 서서히 희미해져 간다.










"우리 재희요!! 이 아파트 놀이터를 다 돌아봤는데 어디에도 없어요!! 제발요!! 지금 3시간이나 지났다구요!!"


절규에 가까운 한 아이의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려 퍼진다.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은 무슨 일 있은가 싶어 아이의 엄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도 그들 속에서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아이의 엄마 앞에는 아이의 인상착의를 묻는 경찰이 서있다.

"어머니. 조금만 침착하시고요.. 저희가 꼭 찾을게요. 아이가 오늘 어떤 옷을 입었나요?"

"흰색 원피스를 입었고요.. 머리가.. 머리.. 머리는 그냥 양갈래로 땋은 머리에.. 삔!! 재희가 좋아하는 딸기머리핀을 꽂아줬어요!! 반짝거리는 머리핀이요!"


경찰은 아이의 인상착의를 공유했다.

"7세 아이. 하얀 원피스를 입었고 양갈래 머리에 딸기 머리핀을 했다고 합니다. 실종된 지는 3시간 정도 되었고 보름아파트 놀이터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인근에 순찰부터 해주시고 지금 바로 어머님과 서로 들어가서 실종신고 접수부터 진행하겠습니다!

 어머니 저희 절차가 있어서요. 저랑 같이 경찰서로 가셔서 접수해주셔야 합니다. 같이 가시죠."

"아니~ 지금 이 근처 어디서 헤매고 있거나 할 수도 있는데 지금 경찰서 가서 글씨 쓸 시간이 어딨 어요!"

"순찰지시 해놨으니까요 일단 저랑 가세요~ 저희 믿으시고. 저희도 절차가 있어서 그럽니다."

"네... 알겠어요.."

"친구랑 놀고 있을 수도 있고, 길을 잃어서 어디 편의점이나 이런 곳에 보호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요.."


경찰은 연신 아이의 엄마를 달래며 함께 경찰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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