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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BTED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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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Sep 11. 2023

4편 / 2화

검든 달 빛에 반짝이는 딸기 머리핀


삐오삐오삐오삐오.



우리는 어느 한 대교 밑 산책로에 서있다. 지금은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다. 매일 그곳을 조깅하는 어느 한 주민이 산책로 옆 하천에 커다란 인형같은 것이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그곳에서 실종된 재희를 발견했다.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3일째 날이었다.


 경찰차의 사이렌소리와 구급차의 긴급호송 소리들이 뒤섞인 이곳은 아비규환과 같은 장소이다. 여러 명의 경찰관들이 줄 지어 서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TV에서만 보던 노란색의 폴리스라인이 산책로 옆 하천으로 길게 쳐 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무슨일인지 까치발을 하며 안을 들여다 보지만 이내 경찰들에 의해 제지를 당한다. 하천 변에서 '엘사'드레스를 입은 7살의 여자 아이의 시신. 머리엔 흙이 묻어 있지만 달 빛을 받은 딸기 머리핀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보호자는 연락이 됐나?"

"네. 이송할 병원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래. 이 미친 변태새끼! 뭐 이런 또라이같은 새끼가 다 있는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피해자가 제 딸아이와 나이가 같아서.. 마음이 많이 좋지 않네요..아휴!"

"용의자 특정은?"

"실종신고 된 날 인근 CCTV로 두 사람 동선 확인했습니다. 아동복 가게 주인도 증언 확보 했구요. 본인도 시인하고 있어서 오래 끌진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장을 잠시 둘러본 우리는 착잡한 표정으로 장소를 옮긴다. 재희가 만나야 할 부모님께로..






"우리 재희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니.. 그 예쁜 아이가 어째서..."


아이의 할머니께서 병원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계신다. 그 옆에는 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아무 말도 않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이의 엄마는 이 사실에 충격을 받고 쓰러져 응급실에 있는 상황이다.


"재희 아버님.. 정말 유감입니다. 저희가 순찰도 하고 주변 탐문도 하면서 열심히 달리긴 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 정말 죄송합니다."

"그놈은요...... 그놈은 잡힌 건가요......"

"네.. 범인은 잡혔습니다. 저희가 응당한 벌 받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왜 그랬답니까......"

"이런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아이가 너무 예쁘게 생겨서 같이 인형놀이를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냥 옷만 갈아입히고 같이 놀다가 보내려고 했는데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질러서 못 지르게 하려고 하다 보니.."

"아이를 죽여서 까지 그 옷이 그렇게 입히고 싶었답니까......"

"드릴 말씀이... 저희가 꼭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습니다." 

"죄지은 놈이니까 벌 받아야죠 당연히. 그런데 우리 재희는. 그놈이 벌 받고 나온다고 우리 재희는 그놈을 용서할까요? 그렇게 해맑고 예쁜 아이가... 앞으로 더 예쁘고 밝게 자랄 내 아이의 남은 인생은.. 누가 책임 지나요... 그놈이 10년을 살고 나와도 20년을 살고 나와도 그래도 그놈은 살아 있잖아.. 내가 80살이 되어도 우리 재희는 나에게 여전히 7살로 남아 있을텐데... 내 마음속에 여전히 7살에서 더 크지 못하고 남아 있는데..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엄마 아빠와 살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매일 말하는 착한 아이인데... 고작.. 7살밖에 안된 가엽은 내 딸... 그 아이의 앞으로 더 예쁠 인생은 누가 책임을 집니까! 누가요!!"

"........."

"우리 재희요.. 매일 저보다 일찍 일어나서 날 깨워주는 아이였어요.. 아빠 오늘도 힘내라고 사랑한다고 먼저 예쁜 말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그런 기특한 딸이었다구요.. 뭘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아요.. 언제 사줄게~ 하면 알겠어~하는 아이 같지 않은 딸이었어요.. 엘사 옷도.. 생일날에 사주겠다고 했었는데 두말 않고 알겠다고.. 기다린다고... 겨울이 진짜 엘사공주라면서.... 그렇게 참는 아이였어요... 엄마 아빠. 혼자 계시는 할머니까지 아이 같지 않게 그렇게 살뜰하게 챙기는 그런 착한 아이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내가 그때 그냥 그 옷을 사줬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내가 몸살 때문에 그날 집에서 누워있었는데.. 그냥 같이 놀이터에 나갔었더라면 우리 아이는 지금도 내 옆에서 날 안아주고 있을 텐데.. 이 모든 일이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이건 내가 다 잘못한 일이야! 내가 아이가 해 달랠 때 다 해줬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이게 다 내가 만든 일이라고!!"




아무 말이 없는 우리 둘이다. 흐르는 공기마저 숨이 멎을 듯한 분위기. 나에게 까지 전해지는 비통함에 우리는 그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가 없었다.


"그만 돌아가자."

"........"






아침 7시. 늘 아침을 가져다주시는 아주머니가 깨워야 일어났지만 오늘은 언젠지도 모르게 혼자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다. 가끔 뉴스에서 이런 비슷한 사건들을 본 적이 있다. 남아 있는 가족들의 심정을 단순히. 힘들겠구나.. 아니 그 조차도 생각지 못했었다. 범인이 몇 살이고 같은 동네에 살았었다는 그런 사실들에만 관심이 갔었다. 남은 부모는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 더 이상 상상도 못 하게 되는 일임을 나는 처음 알았다. 7살의 모습에서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남아있을 아이도 그의 가족들도 너무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그날의 그 아픔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고 꿈에서도 마주 할 비극적인 일. 눈을 뜨고 있어도 감고 있어도 잊혀지지 않을 일. 얼마의 시간이 그들에게 필요할지 나는 감히 가늠도 안되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 아이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힘들어하는 가족의 모습. 늘 죄책감을 떠 앉는 건 가족의 몫이다. 아이의 꿈을 없애고 한 가족의 희망과 미래를 없앤 사람은 꼭 큰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실수를 한 것이라고.. 본인의 죄를 실수로 만회하려 하지만 결과는 실수가 만들어 낸 일이라고 절대 할 수 없다. 그가 저지른 잘못으로 한 가정을 산산조각 내 망가뜨려 펄펄 끓어 넘치는 용광로에 집어넣은 격이니까. 그것을 단지 실수라 할 수 있을까. 난 참을 수 없는 화를 애써 삼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2023년. 4월 19일

피해자. 재희                     가해자. 흰 티의 젊은 청년






재희는 7살의 여자아이입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엄마와 길이 엇갈릴 것을 걱정해 의자에 앉아 있는 흰 티의 젊은 아저씨에게 전화를 빌리러 갑니다. 전화를 빌려준다며 편의점 쪽으로 유인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옷을 사준뒤 자신의 집으로 아이를 데려갑니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인형이 많다고 이야기하며 아이를 속였습니다. 아이는 무서움에 떨며 생전 처음 보는 아저씨의 손에 숨이 막힙니다. 끝내는 하늘로 가버렸습니다.

이 미친 새끼를 제발 꼭 벌하여 주세요. 일찍 부모와 헤어지게 된 아이가 너무 불쌍합니다. 모든 것을 잃은 부모님들의 얼굴이 아직도 눈앞에 보입니다. 한 가족의 미래와 희망을 짓밟은 이 새끼는 꼭 꼭 불구덩이에 산채로 던져주세요!!!!






찰칵! 전송.


'접수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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