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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BTED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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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Sep 14. 2023

4편 /4화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고통. 그 마음을 안고 사는 삶



"유감스럽게도 아이는 유산이 되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민희야.. 밥 좀 먹자.. 네 잘못이 아니잖아.. 다시 아기는 가지면 되니까 일단 밥부터 좀 먹자 민희야.."

"흑흑.... 흑.. 흑.... 나 그냥 혼자 있고 싶어.. 잠깐 나가줘.."


아내의 어깨를 토닥인 뒤 몸을 일으킨다.

탁. 병실문을 나온 그의 눈동자에도 빛을 잃은 지 오래다.



그를 따라 우리도 병실밖을 나오니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온 둘의 모습이 보인다.


"민희야~ 나 가게 다녀올게! 이따가 점심장사 끝나고 올 테니까 그때 같이 밥 먹자! 네가 좋아하는 불고기덮밥 해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응.... 다녀와...."



"민희야~~ 밥 먹자~~ 오래 기다렸지~~ 오늘따라 주문이 많아서 좀 늦었어... 민희야? 어딨어? 화장실이야? 씻는 거야?"


이상한 느낌이 든 그는 화장실문을 열어본다. 덜컥 덜컥. 문이 잠겨 있다. 불안함이 엄습한 그는 주방으로 뛰어가 젓가락을 한 움큼 집어 들고 뛰어온다. 바닥에 하나둘 젓가락이 떨어지니 그 소리가 요란하다. 떨리는 손으로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빠알간 욕조물이 바닥으로 흐르고.. 욕조 안에는 축 늘어진  하얀 얼굴의 민희가 보인다.





장례가 끝난 뒤. 축 늘어져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 들어오는 그. 그리고 그 거실 소파에는 우리가 앉아있다.


"누구세요? 당신들 누구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어떤가?"

"뭐???!!"

"직접 당해보니 어떠냐고"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들 누구야 대체!!"

"그 옛날 하얀 원피스의 아이를 기억하나? 절대 잊어선 안되지 특히 너 같은 놈은. 당신의 손 안에서 숨이 꺼져가던 그 착한 아이. 본인의 숨이 곧 끊어질 것 같으면서도 끝까지 엄마를 걱정한 누군가의 희망. 그 아이도 할머니가 될 때까지 부모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 했었다. 할머니에게 웃음 한번 더 드리려고 못 추는 춤도 추는 아이였어. 한 가족에게 빛과 같은 아이를 네가 빼앗았지. 아주 더러운 방법으로. 너의 그 짐승 같은 욕망을 주체할 수가 없었나?!  너의 인생이 잘 풀리는 것 같아 환호를 지르고 있었나? 나는 바로 그때를 기다렸다. 가장 아프게 해 고통을 주기 위해서. 너의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 어때? 너의 아내에게 몹쓸 짓을 한 그놈들 또한 유산까지 시킬 마음은 없었다고 했다더군. 그때의 너처럼 말이야. 이 세상에 빛도 보지 못한 뱃속의 너의 아이는 어쩌면 잘 됐을지도 모를 일이야. 태어났으면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 못하니."


"뭐?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거야!!"

"모르는 척하지 마. 넌 절대 그 일을 잊어선 안돼. 만일 잊었다면 내가 아주 많이 화가 날거거든."


 "난 정말 조금만 같이 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그런데 그 꼬맹이가 잘 따라와 놓고선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놀래서 그만..."

"아.. 그래? 걔네들도 잠깐 놀자고 하는 것 같던데. 내가 잘못 들었었나?! 그럼 걔네들도 네 아내를 죽였어야 했나? 그 자리에서? "

"난.. 난.. 죗값을 다 받았어. 감옥살이도 하고 다 뉘우쳤어!! 이제 정직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었다고!!"

"그래서 너는 죗값을 다 치렀으니 용서를 받았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재희의 가족들이 너를 용서했다고 말했던가. 재희가 너를 용서했다고 말했느냔 말이다. 왜 감옥살이를 했으니 죄가 없어진 것이라 다들 생각을 하는지 뇌를 꺼내서 한번 들여다보고 싶군. 네가 그냥 일반인인 양 살 수 있게만 해 놓은 것이다. 너의 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너를 용서하지 않았어. 그때 이후로 재희네 가족들은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게 정녕 사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시간이 흐르고 흘렀지만 아직도 그들은. 그들의 정신은. 그때의 그날에 멈춰있다. 넌 재희뿐만 아니라 그들을 모두 죽은 채 살아가게 만들어 버렸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든 것이지! 그런데 넌. 용케도 일반인의 삶을 잘도 살아가더군. 일말의 죄책감이란 한 톨도 없이 말이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거기에 임신까지 하면서 더 큰 행복을 그리며 꿈에 부풀어서. 이제라도 사죄하는 마음을 갖고 앞으로 평생 마음 아파하면서 너도 재희의 가족처럼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평생을 살아가 봐. 어떤 고통들 일지. 아!! 혹시 말하는데 자살하거나 그럴 생각은 마! 넌 그럴 자격도 없고 내가 절대 그리 안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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