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할 거 없이 수용력 있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든 어떤 일이든 받아들일 줄 알고 어떤 스트레스와 압력도 슬기롭게 이겨내는,
자신을 바로 알고, 삶을 지혜롭게 이끌어나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대체적으로 자존감이 높다. 자존감은 자신을 똑바로 아는 데에서 출발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귀한 존재이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무례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일만 중요하니까.
미리 사전설명이 없었는데, 수업이 흐지부지 끝난 적이 있었다. 수업종료까지 10분이 남은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한 아이이름을 크게 부르며 가야 된다며 일어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순차적으로 다른 아이들 이름도 부르며 하나둘씩 일어나라고 했다. 활동을 하고 있던 아이들은 가기 싫은 데..라고 하며, 내 눈치를 보면서 주저했다. 그녀는 다시 큰소리로 한 아이에게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했다. 아이가 가방을 챙기다가, 내게 꼬깃꼬깃한 마이O를 내밀며 본인이 좋아하는 간식인데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왠지 그 마이O를 받기가 미안했다. 우리 아이들도 좋아하는 것이었으므로, 아이에게는 집에가며 먹으려고 했을 기분 좋은 간식이었을 텐데 이렇게 줘도 되나 싶은 생각이 순간 들었다. 아이에게 재차 물어보았지만, 정말 주고 싶어서 주는 거라며 내 손에 쥐어줬다. 그리고는 얼른 그녀의 책상에도 올려놓았다.
그날 그 아이의 처세에 감명받았다. 아이는 실로 수용력이 높은 사람이었다.
만약 아이가 나에게만 주었거나 다르게 표현했다면..? 아이는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눠 주고 남을 개수를 먼저 세던 그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받은 스트레스와 상처에 집중했는지도 모른다.
다시 눈을 뜨고 보면, 그동안 스트레스와 상처를 준 사람들도 여태 하늘아래 같이 숨을 쉬고 있다. 상처를 줬다고 해서 그들이 하루아침에 벌을 받거나 사라지진 않더라.
그들이 타당하지 않은 일로 먼저 공격한다면, 그건 그들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평온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들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먼저 집중하는 편이 낫다. 할 말 해야 할 때는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침묵이 지혜일 때도 있다. 매몰차게 굴지 못해서 져 주는 것이 아니다. 상종하지 않는 것뿐. 말은 많이 할수록 말리게 되어있다고 누가 그러더라.
인생에는 순리라는 흐름이 있어서,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다른 데가서 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 보는 눈이 다르지 않다.
다행히 끼리끼리 만난다고 자기와 비슷한 인물을 만나서 똑같이 파국으로 가면 그만이다. 좋은 사람은 나쁜 사람을 비워내면 다시 좋은 사람으로 채워진다. 결국 자신감 있는 태도가 나를 내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상황은 수용하되 당당히 세상에 공존해 보는 것이 좋겠다. 상처받았다고 움츠러들기엔 아까운, 당신은 귀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