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저주받은 거울

귀신탐정 권두칠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권두칠은 그날도 낡은 자전거를 타고 좁은 골목을 돌고 있었다. 고요한 오후, 정적을 깨는 건 자전거의 삐걱거리는 소리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골목 어귀에서 불현듯 나타난 할머니가 다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탐정님, 제발 좀 도와주세요. 그 거울이 또… 또 움직였어요!"

그녀의 손가락은 작은 중고가게를 가리키고 있었다. 누렇게 바랜 간판 아래, 유리창 너머로 오래된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중심에 놓인 커다란 고풍스러운 전신거울은 이상할 정도로 빛을 머금고 있었다.

"거울이… 움직였다고요?"

권두칠은 반신반의하며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모습이 거울 속에서 약간 비틀려 있었다. 눈을 찌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어이쿠야… 이거 아주 제대로 구렸다."

거울 속 두칠은 마치 따로 살아있는 인물처럼, 천천히 두칠을 바라보다가 슬며시 웃었다. 소름이 쭉 끼친 두칠은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빼 들었다.

"거울 귀신 나왔군. 좋아, 누굴 홀리려다 뺨 맞을 귀신인지 보자고."

하지만 그 순간, 거울에서 갑자기 검은손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번갯불처럼 빠르게 두칠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손끝이 싸늘했고, 손등에 묘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동시에 두칠의 눈앞이 아찔해지며,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듯 시야가 뒤틀렸다.

두칠이 눈을 뜬 곳은, 어두운 갤러리 같은 공간이었다. 벽마다 다른 거울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고, 그 안엔 모두 권두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갇혀 있었다. 누군가는 울고 있었고, 누군가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유물의 저주가 아니야… 이 거울은 사람의 영혼을 빨아들이고 있어."

두칠은 호주머니에서 노끈으로 감싼 작고 낡은 부적을 꺼냈다. 그건 30년 전, 강원도 산속 도사에게 받은 유일한 부적이었다.

"이거 안 쓰고 아껴뒀다가, 진짜로 쓸 날이 올 줄이야."

그가 부적을 거울 중앙에 던지자, 갑자기 모든 거울이 진동했다. 금이 가고, 거울 속 인물들이 일제히 두칠을 바라보았다. 그중 한 여인은 소리 없이 입을 열었다.

"당신만이… 우리를… 꺼낼 수 있어요."

두칠은 두 손으로 중심 거울을 깨뜨렸다.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짙은 안개처럼 영혼들이 빠져나왔다.

"으아아악—!"

귀신의 포효가 공간을 뒤흔들고, 마지막으로 까만 형체가 튀어나오며 두칠을 덮치려 했다. 하지만 두칠은 눈을 질끈 감고 땅바닥에 부적을 힘껏 내리쳤다. 번개의 섬광처럼 눈부신 빛이 퍼지더니, 모든 것이 정지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두칠은 중고가게 바닥에 누워 있었다. 거울은 산산조각 나 있었고, 할머니는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선 눈물이 흘렀다.

"탐정님… 정말… 정말 그 안에서…"

두칠은 벌떡 일어나며 먼지를 털었다.

"이젠 됐어요. 거울은 끝났고, 저 안에 있던 사람들도… 이제 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이러다 내가 먼저 거울 속에 살게 생겼구먼…"


“이러다 내가 먼저 거울 속에 살게 생겼구먼…”

권두칠은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중고가게를 나왔다. 바람이 불자 부적의 재가 살랑살랑 흩어졌다. 두칠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좀 조용하겠지…"

그런데 그 순간, 바지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띠링띠링!’
보낸 사람: 무명(匿名)

메시지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의뢰인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응? 무슨 소리야…”

그 순간, 골목 어귀에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이 근처에서 실종 사건이 있었어요! 중년 남성이 오후 3시경 마지막으로 목격됐다고 합니다!”

권두칠은 눈을 찌푸렸다.
"내가 나올 때 봤던 그 남자… 분명히 누군가를 찾는 눈빛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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