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탐정 권두칠
가게를 나온 권두칠은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골목길을 걸었다. 유난히 긴 오후의 그림자가 그를 따라붙었다. 가게 안에서 마주친 저주의 잔상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거울 속에 갇힌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니… 대체 몇 년이나 있었던 거야.”
그가 중얼거리던 찰나, 뒷주머니 속에서 부적이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상했다. 분명 거울을 정화할 때 불에 타 사라졌어야 할 부적이,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이게… 살아났다고?”
두칠은 순간, 가게에서 나올 때 귀에 스친 한 음성을 떠올렸다.
“한 명은… 아직 남아 있어요…”
“뭐야? 아직? 그럼 그 거울 속에…”
그는 몸을 돌려 다시 중고가게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러나 막 도착한 골목 입구에서 두칠은 멈춰 섰다. 분명 방금까지 존재했던 가게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허름한 벽돌담만 휑하게 남아 있었고, 그 위엔 덩굴만 무성했다.
“거짓말이지… 뭔 소리야…”
두칠은 벽을 두드려 보고, 땅도 차 보았다. 하지만 그곳엔 가게도, 거울도, 할머니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순간, 뭔가 발등을 간질였다. 아래를 내려다본 두칠은 흙먼지 사이에 묻혀 있는 손거울을 하나 발견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 거울을 집어 들었다. 손잡이가 닳고 유리는 금이 가 있었지만, 분명 가게에서 봤던 것 중 하나였다.
그 거울 속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자신의 모습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여기… 아직 무언가 남아있군.”
두칠은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는 손거울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천천히 주변을 정리한 후, 묵직한 통장을 하나 꺼냈다. 오래된 사건 파일들이 빼곡히 들어 있는 책이었다. 거기서 ‘동작구 묘령 여성 실종사건’이라는 표지를 펼쳤다.
실종된 여성의 몽타주가 거울 속 여인과 똑같았다. 부적을 던졌을 때, 말없이 “당신만이… 우리를…”이라 말하던 그 여자였다.
“이런 젠장… 그 여자가 그 사건의 피해자였다면…”
두칠은 탁자 위에 놓인 거울을 향해 다가섰다. 그 안엔 여전히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거울 속 유리 뒤편에서 뭔가가 부스럭거렸다.
마치 안쪽에서 누군가 손을 대고 있는 듯, 뿌연 자국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자국은 글자가 되어 떠올랐다.
“그녀는 아직… 여기 있어요.”
두칠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속삭이듯 말했다.
“좋아, 그럼… 31년 전 실종 사건의 끝을 직접 보자고. 이젠… 내 차례지.”
그는 다시 부적을 손에 쥐고, 거울 위에 손을 얹었다. 온몸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밀려왔다. 그리고 다시, 어둠이 그를 삼켰다.
중고가게를 빠져나온 권두칠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다 멈췄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젠 귀신도 거울 광고하러 나오나…"
그가 중얼거리며 담배를 입에 물었을 때, 쨍— 하는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휙 돌아보자, 가게 안 산산조각 났던 전신거울 조각들 하나하나가 공중에 떠올라 회오리처럼 돌고 있었다.
그리고는 기괴한 형상의 얼굴 하나가 유리 파편들 틈에서 웃으며 형체를 이뤄갔다.
“설마 아직… 끝난 게 아니었나?”
거울 귀신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던 것이다.
부적은 단지 영혼들을 풀어줬을 뿐, 본체는 살아남았다. 그것도 두칠의 일부 기억을 빨아들이며 성장한 형태였다.
“탐정 권두칠. 너도 결국 거울을 들여다봤지…”
기괴한 목소리는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 퍼졌다. 유리로 된 그림자 귀신은 두칠의 형체를 흉내 내듯 움직였다. 마치 거울 속의 악몽이 현실로 뛰쳐나온 듯했다.
“그래, 한판 더 붙자는 거냐.”
두칠은 자전거 바퀴 옆에 숨겨두었던 쇠막대 지팡이를 뽑아 들었다. “난 너희 같은 녀석을, 예전에 한 번 박살 낸 적 있지.”
그 순간, 유리 조각이 날카로운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두칠은 몸을 낮추며 구르고, 뒤로 점프해 가게 문을 박차고 나왔다.
바로 옆 철공소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기계음과 함께 노인이 문을 열었다.
“여기, 혹시 고온 토치 있소?”
“아니 갑자기 무슨—”
“귀신 잡을 일이라 좀 급해요.”
철공소 노인은 어리둥절했지만, 두칠의 눈빛이 심상치 않자 낡은 토치를 꺼내줬다. 두칠은 그것을 짊어진 채 중고가게로 다시 뛰어들었다.
“유리 귀신은 차가워. 불이 필요하지.”
그는 토치에 불을 붙였다. 파란 불꽃이 거울 조각 귀신의 그림자를 비추자, 그것은 비명을 지르며 일그러졌다.
그것도 잠시. 그림자는 순식간에 천장으로 달아올라 거꾸로 매달렸다.
“넌… 너 자신도 모르는구나. 이미 거울 속에서 널 봤을 때부터, 넌 나야.”
“웃기시네. 난 내가 누구인지 똑똑히 알고 있어.”
두칠은 토치 불꽃을 한 바퀴 휘두르며 외쳤다.
“나는 권! 두! 칠! 골목 귀신 전문, 나이 일흔 넘긴 탐정!”
마지막 한 번, 두칠은 불꽃을 가게 한가운데로 던지며 외쳤다.
“이거나 먹어라, 그림자놈아!”
폭발음과 함께 유리 파편이 산산이 터졌고, 거울 조각 귀신은 검은 연기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두칠은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았다. 얼굴엔 유리 파편에 생긴 상처 자국이 있었지만, 웃음도 함께 있었다.
그는 자전거에 기대어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혹시 또 거울에 내 뺨 비출 땐, 윙크는 안 하는 걸로 해야겠다.”
그리고 골목 너머로 사라지며, 또 다른 괴이한 소문이 도는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