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사라진 목소리

귀신탐정 권두칠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저… 제 목소리가 사라졌어요…”

어느 날 새벽, 권두칠은 낯선 전화를 받았다. 떨리는 목소리의 남자는, 말끝마다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젓는 것처럼 불안한 숨을 쉬었다.

“병원도 갔고, 정신과도 갔지만… 아무 이상이 없대요.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 목소리가 아니에요.”

두칠은 수화기 너머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딘가 기계처럼 메마르고, 중간중간 노이즈가 낀 듯 울리는 낯선 톤.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주소 좀 불러줘. 바로 간다.”

낡은 아파트 6층. 엘리베이터는 고장 나 있었고, 벽에는 ‘귀신이 산다’는 낙서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두칠은 계단을 올라가며 중얼거렸다.

“이 동네… 예전에 소리 없는 피아노사건 있었던 데 아닌가…”

문이 열리자, 젊은 남자가 초췌한 얼굴로 서 있었다.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기괴한 중저음으로 튀어나왔다.

“어서… 오세요…”

두칠은 몸을 움찔했다.

“이봐, 지금 말한 거 본인 맞아?”

“네, 제… 제 입이 움직이긴 하는데… 들리는 건… 이 소리예요. 마치 누가 내 성대를 도둑질한 것 같아요.”

방 안엔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벽 한쪽에 걸린 낡은 라디오가 정지 화면처럼 꺼진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앞에 섰을 땐, 기척이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라디오 뒤에서 엿보고 있는 듯한 느낌.

두칠은 조용히 지팡이를 눌렀다.

끝이 삐걱이며 라디오 외곽을 두드렸다. 그러자 갑자기, 라디오가 혼자 켜지더니 잡음이 새어 나왔다.

“지… 금… 들… 려…?”

여자의 목소리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의 목소리와 겹쳐진 왜곡된 음성.

“누구냐? 이 남자 목소리를 훔친 건가?”

“그는… 말을 멈춰야 했어… 너무 많은 진실을 말하려 했거든…”

두칠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곧장 호주머니에서 소형 축음기 모양의 무구를 꺼냈다. 영혼의 파장을 잡아내는 장치였다.

“진실이 무섭다면, 넌 거짓에 기대어 사는 귀신이겠군.”

순간, 라디오 스피커가 찢어지며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안갯속엔 입이 없고 귀만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소리귀신’이 서 있었다. 괴물은 남자의 입 위에 달라붙어, 마치 그의 성대를 꼭꼭 누르듯 웅크리고 있었다.

“이 목소리는… 내 것… 내 기억…”

“그럼 네 기억 좀 꺼내보지!”

두칠은 무구를 작동시켰다. 축음기의 뿔 끝에서 청명한 소리가 뻗어나가며 귀신을 덮쳤고, 괴물은 비명을 지르며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뒤, 남자는 자신의 입을 더듬었다. 입술이 떨렸고, 작게나마 자신의 원래 목소리가 나왔다.

“감… 감사해요…”

두칠은 창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귀신도 자기 목소리를 가질 권리는 있지. 문제는 그걸 훔치는 놈들이지.”

그리고 그는 계단을 내려가며 혼잣말로 툴툴거렸다.

“내 목소리도 언젠간 누가 가져갈지도 몰라… 하도 진실을 말하고 다녀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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