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법

엉뚱한 아이가 신나게 사는 별- 2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식사를 끝낸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우르르 식당을 빠져나옵니다.


아이들이 넘어질까 봐 먼 발치서 지켜보고 있었죠.


간혹 아이들이 인사를 할 때마다 마주보고 고개 숙이느라 허리가 찡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인사를 주고받는 건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에요.


더러는 가볍게 손을 들어 답례하기도 해요.


그러다가 선생님인 줄 알고 아이에게 구십도로 인사할 때도 있는 걸요.


“아이고 또 속았구나.”


선생님보다 더 큰 아이도 있었거든요. ㅎㅎ


“선생님, 배고프시죠?”


아이 하나가 반토막의 바나나를 두 손으로 내밀었습니다.


"이거 후식으로 나온 거 아니니?”


"네.”

"그러면 네가 먹어야지.”


"선생님도 드셔야죠.”


아직까지는 자기 것을 누구에게 준다는 게 서툴 거라는 내 생각은 착오였어요.


그래서 아주 정중하게 받았습니다.


나중에 다른 아이에게 들어보니, 그 아이는 유별나게 바나나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바나나를 먹게 해줘서 고맙다.”


다음 날 복도에서 마주친 아이는 내 감사의 말을 듣고 활짝 웃었어요.


물론 나도 따라 웃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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