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닷 아카이빙 #6 프로덕트 개발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안녕하세요, 닷닷의 기획자 으니입니다.
이런 거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고 떠올리는 일과 이를 실제로 추진하는 것 사이에는 정말 큰 간극이 존재하지요. 또 어떤 종류의 구상이 되었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음악을 창작할 때 작곡가, 작사가, 가수, 프로듀서 등이 필요하고, 저희처럼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에는 기획자, 디자이너, 프론트엔드 개발자와 백엔드 개발자가 필요한 것처럼요. 물론 오늘날 성공한 싱어송라이터나 1인 개발자가 존재하듯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낸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는 아이디어의 구현을 위해선 먼저 팀을 필요로 합니다. 미국의 투자자 존 도어(John Doerr) 역시 UC 버클리에서의 연설에서 “Ideas are easy. Execution is everything. It takes a team to win.” 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서 일을 벌이는 것과 달리 팀으로 뭔가 해 보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고려해야 할 사항의 다이나믹은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하고 넓어집니다. 회사나 학교 바깥에서 스스로 시작한 일이라면 더욱 그렇죠. 대충 아이디어는 있는데, 팀원은 어떻게 모을 것이며 그들과는 어떤 식으로 함께 일할 것인가. 소통과 업무의 방식 그리고 팀의 목표와 가치—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명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 모든 것들은 동료의 존재가 없다면 고민할 필요가 딱히 없지요. 뒤집어 생각하면 그런 점들 때문에 우리가 협업으로부터 크나큰 잠재력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애시당초 경험이 많지 않다면 여럿이 발맞추는 ‘execution’의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겠지요. 맞습니다. 바로 저희 얘기인데요! (웃안웃) ‘사이드 프로젝트의 피봇팅을 앞두고 있다면'과 ‘뭘 해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날까요’ 에서 팀세팅 그리고 아이디어를 정하는 지점까지를 공유해 드린 데 이어, 오늘 포스팅에서는 디지털 프로덕트 제작의 첫 발을 떼는 단계인 기획서 제작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담아 보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이 글을 쓰는 제가 아직 학생 나부랭이인 만큼 실무에서의 기획 과정과는 천지차이가 나겠지만, 언젠가 아이디어를 세상 밖으로 꺼내고자 하는 또다른 주니어 팀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뭔가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일단 팀을 꾸리셨다면, 갖고 있는 아이디어의 why, how, what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why의 경우, 크게는 이 프로덕트를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팀원들을 설득하는 데 필요하지만, 작게는 그 안에 들어가는 특정 ‘기능’이 왜 필요한지를 전달하는 데에도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팀원들이 프로덕트와 그 구성요소(그리고 각각의 우선순위)에 대해서 먼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야 작업에 열의를 가지고 임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아이템의 why에 관한 설득은 비단 팀 내부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주니어/학생들이 하는 작업이라면 더욱 그럴 텐데, 팀원들끼리는 ‘이거 좋은 것 같지 않아?’ 또는 ‘아이디어 낸 것 중에 이게 제일 나은 것 같은데?’ 정도로 넘어간 뒤, how와 what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팀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도 설득력 있는 why를 구축하는 데 신경을 쓰신다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지원금이나 공모사업 헌팅(…)의 기회를 조금 더 수월하게(!) 잡을 수 있게 될 수~도 있다는 거. 그렇게 되면 실제 개발 앞단의 논리가 중요해집니다.
저희 팀은 따로 회비를 걷는다든지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팀도 있는 걸로 알아요) 팀 리뉴얼 때부터 공금 확보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요. 의외로 찔러볼 수 있는 크고작은 공모전이 종종 있더라구요. 이 부분은 팀마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같기는 합니다. 만약 빠르고 컴팩트한 작업이 중요하시다면(토이프로젝트 정도의 팀워크라면) 이 과정을 생략하셔도 될 것 같구요. (팀원 간의 ‘음 좋아~’ 정도의 합의로 충분…) 반면 사람들을 ‘설득하는’ 단계까지 생각하고 있는 팀에 계신 분, 즉 ‘뇌피셜’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기획을 추구하시는 분들께는 아래 내용이 참고가 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본보기가 아니라 반면교사가 될까 두렵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이템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을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 즉 닷닷이 why를 구축했던 과정을 먼저 전달드릴게요.
크게는 ‘해당 아이템이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인지’,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어떤 사람들이 그런 문제를 겪고 있는지’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뒤 그렇게 판단한 근거를 제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분량 조절을 위해 아이템의 how와 what을 어떤 식으로 구체화하는지는 추후 작성할 포스팅에 이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배운 걸 실전에 적용한다는 느낌으로 기획에 임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User Centered Design 또는 Human Centered Design이라고 불리는 디자인띵킹 가이드라인을 생각하며 닷닷 작업을 합니다. 아이템이 해결할 문제를 발굴하는 과정, 또 이를 위한 솔루션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각종 사용자조사를 수행하고 그 분석 결과(=실제 사용자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를 프로덕트에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 이 방법론의 핵심 가치인데요. 이번 닷닷 기획에서는 이전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문제와 이에 대해 저희 팀이 사전 설정한 방향에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데스크 리서치와 유저 리서치를 병행했습니다.
즉 기획자는 “자기계발/성장을 위해서 피드백 받는 걸 포함한 각종 기록을 꾸준히 쌓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이를 도와주는 솔루션을 개발할 거다.)” 라는 주장을 완성해야 했습니다. 이걸 논리에 따라 쪼개 보면
(1) 자기계발,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유의미하게 많다.
(2) 그런 사람들에게 피드백 수집 및 기록 누적에 대한 니즈가 있다.
(3) 그리고 그런 니즈가 현재 존재하는 대안으로는 잘 충족되지 않는다.
는 것을 각각 납득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에요. 또 각각을 지지하는 자료의 유형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데요. 질적인 데이터가 필요할지, 양적인 데이터가 필요할지만 나누어 보아도 리서치 계획을 수립하기가 수월해집니다.
(1) 타겟 인구의 규모를 산출해야 하니까 수치로서 표현해야 설득력이 있습니다. 데스크리서치를 통한 트렌드와 통계 자료의 확보가 필요하겠어요. 통계청 자료 및 각종 증권사의 산업분석 보고서를 들여다 보면 해결되어요.
(2) 앞선 과정에서 타겟 유저의 페르소나가 간단히 도출될 테니, 인터뷰를 통해서 맥락적 정보를 포함한 사례를 수집하면 유저 개인의 성장 추구 행동과 니즈를 이해하기 더 좋겠죠. 인터뷰로 접근할 수 있는 사례가 한정적이니까 간단하게라도 온라인 애쓰노그래피를 병행하면 도움이 될 거구요.
(3) 인터뷰나 애쓰노그래피를 통해서 문제에 대한 현재 대안과 그 페인포인트는 무엇인지 함께 파악이 되었을 테니까, 데스크리서치를 통해서 비슷한 서비스가 이미 존재하지는 않는지(있다면 그 한계는 무엇일지) 찾아봅니다.
이렇게 자료를 수집해서 배치하는 과정이 곧 아이템 제작 필요성 설득을 위한 로직을 만드는 과정이 되는 것이겠죠. 저의 경우 팀페이지로 쓰는 노션에 각종 자료를 스크랩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데스크리서치를 먼저 수행했어요. 그 내용이 지난 포스팅에 언급된 바 있지요. 이어 ‘성장 추구형 인간’들의 경험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문제상황 검증 겸 아이템에 대한 생각도 물어봐야겠다 싶어 인터뷰를 계획했습니다. “회고록을 작성해 본 경험이 있으신 분”, “수업 외의 ‘팀 단위’ 프로젝트를 꾸준히 찾거나 추진해 오셨던 분” 등을 찾는다고 명시한 인터뷰 모집 문건을 주변에 돌리고 7명(22세~25세) 대상의 비대면 반구조화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비록 약식이었더라도 인터뷰에서의 발화를 분석하면서 자기계발의 경험을 맥락을 포함해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데스크리서치 단계에서는 모호했던 ‘성장 추구형 인간들의 기록 유형’이 뚜렷해졌고, 그 기록과 피드백을 어떻게 활용하고 제시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죠. 인터뷰 분석에 관해서는 주로 위 사진으로 보이는 Affinity Diagramming이라는 방법론이 많이 언급되는데, 포스트잇을 붙이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많이 언급된 내용들은 어떤 종류의 발화이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인사이트를 제공하는지’ 또는 ‘발화의 빈도와 상관없이 주목해야 하는 내용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도출해 내는 것이 핵심일 것입니다. 또 조사의 목적을 생각하면서 데이터를 분류해야 그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구요.
(1) 자기계발,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유의미하게 많다. 왜냐하면-
(2) 그런 사람들에게 피드백 수집 및 기록 누적에 대한 니즈가 있다. 왜냐하면-
(3) 그리고 그런 니즈가 현재 존재하는 대안으로는 잘 충족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정도까지 리서치를 진행하고 나면 위에서 설정했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근거들, 즉 ‘왜냐하면’ 뒤에 제시할 수 있는 내용들이 웬만큼 확보됩니다. 여기서 저희 프로덕의 디테일한 기획 근거까지 굳이 제시해 드릴 필요는 없으므로 생략합니다만, 어떤 식으로 접근했을 때 ‘설득’을 위한 기획 작업이 되는지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프로덕트를 제작할 것인가를 위해서 고민했던 내용들은 다음 포스팅에 담아볼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