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
<17화 : 아이슬란드에서, 빵 대신 온천이 끓는다>
헬싱키를 떠나는 아침
메기는 마지막으로
말 없는 거리와
끝까지 자기 얘기를 하지 않던 바다를 바라봤다.
핀란드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나라였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자… 이제 진짜 마지막이네.”
비행기는 북쪽을 넘어
지도에서도 한참 떨어진 섬으로 향했다.
회색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아 있는 나라.
아이슬란드.
도착하자마자
바람이 먼저 말을 걸었다.
“환영해..”
공기는 차갑고
땅에서는 김이 올라오고
어딘가에서는
계란이 삶아지고 있을 것 같은 냄새가 났다.
'예전 인도네시아 반둥산이다..!'
메기는 생각했다.
도시는 작고
집들은 장난감처럼 흩어져 있고
카페 메뉴판에는
익숙한 빵 대신
이상한 이름의 수프와
온천 이야기가 더 많았다.
“여긴…
빵이 주식이 아니라
땅이 끓네.”
메기는 결국
블루 라군으로 향했다.
수영복 하나 들고
황량한 벌판을 지나
우윳빛 온천에 몸을 담갔다.
뜨거움이
천천히 몸을 감싸자
생각이 녹아내렸다.
해야 할 일
미뤄둔 선택
괜히 했던 후회들.
다
증기로 날아갔다.
주변을 보니
사람들은 말이 없다.
웃지도 않고
사진도 적당히만 찍고
그냥
물에 떠 있다.
그 순간
메기는 알았다.
이 나라는
위로를 하지 않는다.
대신
가만히 회복하게 둔다.
“아…
여긴
행복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나라구나.”
온천 밖으로 나오자
머리는 얼어붙을 것처럼 차갑고
몸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빵은 없었지만
배는 든든했고
계획은 없었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는
말없이
사람을 리셋시키는 나라였다.
메기는 젖은 머리를 털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사이로
잠깐 햇빛이 스쳤다.
“그래…
이 정도면
됐지.”
— 에필로그 예고 —
<마지막 화 : 돌아오는 길에서, 빵보다 오래 남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