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혼란 그리고 깊은 우울에 잠식당할 때.
나를 잠식하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오늘도 줄다리기 하지
전복되지 않기 위해
선을 넘어가지 않기 위해
금기해야 할 것도 많아
참을 줄 알아야만 하지
넌 두려움이란 건 알지도 못하지
멈추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어느새 나에게 다가오지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를 해도
이미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뿐이지
저 멀리 점멸하는 가로등 불빛을 따라
따라, 서
걸, 으면
걷다, 보면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빨간 신호등의 불빛이 핏빛처럼 무섭게 번져가는 밤
밤은 너무나도 길어
시간은 공평하다고들 말하지
누구에게나 같으니까
그래도 어쩐지 불공평하다고 외치고 싶다면
단순히 뒤틀린 심보 때문일까
밤은 여전히 너무나도 길거든
아침보다 더
훨씬 더
비교할 수 없이 길고 깊거든
그래서 그게 너무 무섭거든
불공평하다는 건 이런 거야
누군가에게는 누군가
누군가에게는 아침
누군가에게는 점심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두려움과 공포가 되는 것 말이야
어쩔 땐 망설이지 말고 완전히 끝을 내줬으면
싶더라니까
지금이순간도잠식당하는중이라면
매순간이숨막히고불안하다고말한다면
믿을 수 있겠니
꺼 내 달 라 는 말 대 신
기다릴거야
네가 빨간 이빨을 드러내며 나를 남김없이 잡아먹으면
살과 뼈가 분리된채로
다시 깨끗한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갈거야.
그러면 나는 오래된 꿈과 소망과 희망 처럼
저 먼곳으로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으로 그렇게 잠식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