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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yj Sep 15. 2024

미안함에 대한 용기

오늘 거리에서 지나가던 행인과 부딪혔다. 그 사람은 바로 미안하다 사과를 했고 나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크게 의미 없이 잊힐 그런 사소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인생에는 입 밖으로 내기 힘든 미안함도 참으로 많다. 그런 일들은 사소로운 부딪힘과 달리 가슴속에 맺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그렇게 화를 내서 미안해."

"중요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

"아픈 말들로 상처 줘서 미안해."

"내가 이해하지 못해서. 그래서 너를 외롭게 해서 미안해."


이런 깊은 사과들은 입안에 굳건히 머금어 차마 뱉어내지 못한다.


사과가 나약함의 상징일 때도 있었고, 상대에게 지지 않으려 버틴 적도 있었고, 보잘것없던 자존심이 입을 막아버린 적도 많았다. 마음은 그만하라 외치지만 실상은 날카로운 말들을 골라 상대를 공격하고 그들이 먼저 고개를 숙이기를 바랐던 적도 부지기수였다. 돌이켜보면 어리석다 생각되지만, 그때의 우리들은 뻔히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실수들을 반복했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진지한 사과에 무수히 많은 고뇌와 생각과 용기를 담아낸다. 그것이 낯선 이들이 아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라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부부가. 자식이. 부모가. 연인이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가... 우리는 가까울수록 더 많이 상처를 주고받는다.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자신을 걸어 버티고 버텨 얻는 것은 그저 허망함 뿐이다. 지금 가장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보듬을 용기가 없다면 시간이 흘러 남는 건 외로움뿐이다. 그건 지나 보면 자연스럽게 알아버리는, 세월이 주는 가장 쓸쓸한 가르침이다.


김홍신 작가의 "겪어보면 안다."라는 시에 이런 글귀가 있다.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우리들의 삶에는 잃어버린 것들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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