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참으로 다양하고 많은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상가에서 내어놓은 쓰레기들도 가로수와 전봇대 아래 수북이 쌓여있고 그 위로 행인들이 던진 쓰레기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실로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쓰레기 배출시간도 "폐기물관리법 제68조에 의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며 규제하고 있지만 보란 듯이 길 위에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 종량제 봉투가 쌓여있다. 길거리 구석구석에도 담배꽁초가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고 버스정류장, 공원, 놀이터 할 곳 없이 사방이 쓰레기 천지이다. 행동이 빠르고 변화에 민첩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들이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나는 어린 시절 공중화장실의 더러움을 기억한다. 화장실 쓰레기통은 휴지로 넘쳐났고 오물로 몹시도 더러웠다. 그래서 이용하기 전, 항상 먼저 사용한 사람에게 화장실의 상태를 물어보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해졌다. 화장지를 변기에 버리게 시스템을 바꾸고 사람들의 의식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과 자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러한 노력이 길위로 옮겨져야 한다.
사람들은 외모를 꾸미기 전에 세수를 하거나 샤워를 먼저 한다. 도시의 미관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훌륭한 건물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도 길거리가 더럽고 지저분하면 도시 전체가 매력을 잃게 된다. 이는 씻지 않은 얼굴에 화장을 하고 냄새나는 몸에 새 옷을 입히는 것과도 같다.
지금 도시는 쓰레기 종량제로 사라진 공공쓰레기통을 대신해서 도시 전체가 쓰레기통이 되어가고 있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는 자신의 양심과 도덕이다. 피우던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며 폼을 잡는 것은 영화 속에서는 멋있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범법행위일 뿐이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산책과 독서의 계절이 찾아왔다. 선선한 날씨에 맞춰 운동화를 동여매고 나선 산책길이 길거리 쓰레기 때문에 고개를 젓게 한다. 학교에도 방학을 끝낸 학생들이 옹기종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본다. 싱그러운 날씨만큼이나 풋풋한 청춘들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행복하지만 아이들이 사라진 자리에 남아있는 과자봉지나 음료캔들은 하루를 씁쓸하게 한다.
간혹 길에서 쓰레기를 줍다 보면 내 뒤로 아무렇지 않은 듯 쓰레기를 버리를 사람들도 보인다.
우리가 함께하는 사회를 가꾸고 발전해 나가려면 사소한 것부터 지켜야 한다. 가끔은 눈앞의 날파리가 가장 거슬리는 것이다.
구설수가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축구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님의 책에서 "나무가 위로 뻗어 나오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어느 날 사소한 태풍에도 쉬이 넘어갈 것이다"라는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보다 쉬이 넘어가는 것은 가장 기본이자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