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북이처럼 귀엽대

by 서담


요즘 초1 아들 서준이 덕분에 자주 웃는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더니 진지한 얼굴로 이러는 거다.


“엄마, 나 요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너무 웃겨서 웃음 참으며 물었다.

“그래? 사랑이 뭔 거 같아?”


며칠 지나서, 학원 원장님이 서준이 사진 하나를 보내주셨다. 어떤 여자아이랑 어깨동무를 한 모습이었는데, 나는 별생각 없이 넘겼다. 알고 보니 서준이가 좋아하는 아이였고, 그 아이도 서준이를 좋아한단다.


그 후로 펼쳐진 이야기는 정말 만화 같았다.

그 아이는 서준이 책에 ‘서준이 오빠 사랑해’라고 쓰기도 하고(둘은 동갑이다), 수업 시간엔 윙크하고 하트도 날린단다. 서준이는 사랑한다는 말은 한 번도 안 해봤지만, “나도 말할 걸 그랬나?” 하며 수줍게 얘기한다. “가은이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 물으니 “예쁘고 귀여워서 좋아”라고 한다.


둘은 같은 반, 같은 학원.

자주 마주치며,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키워가는 중이다.

가은이는 하루에 네 번이나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서준이는 그저 웃고만 있다. 그런데도 가은이 얘기만 나오면 입꼬리가 올라가고, 얼굴이 금세 빨개진다. 아무래도 이건 사랑이 맞는 것 같다.


서준이는 턱에 제법 큰 점이 있다.

아기 때는 흐릿했는데 자라면서 짙어지고, 털도 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큰 문제는 없다고 했지만, 언젠가는 미용 목적의 수술을 하긴 해야 할 듯 하다. 문제는 전신마취가 필요하다는 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아야 한다는 거, 수술 후 일년동안 관리해야 한다는 거, 그리고 비용이 800만 원쯤 든다는 것.


서준이는 그 점을 숨기려 했다.

친구들이 “매직 묻었네” “미역 붙었다” 하며 놀린 적도 있어서, 옷깃을 물고 다니고,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다니기도 했고, 코로나가 끝났는데도 마스크를 쓰려고 했다. 보는 사람마다 묻거나 놀리니, 그 작은 마음엔 아마 상처였을 거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을 먹다 서준이가 수줍게 말했다.


“가은이가 내 점 보고, 작은 거북이 같대. 귀엽대.”


그 얘길 전하는 아이 얼굴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날 이후로 서준이는 점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사랑의 힘으로, 콤플렉스가 특별함으로 바뀐 거다.


누군가의 시선 하나가, 말 한마디가, 아이의 상처를 감싸 안았다. 사랑이란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콤플렉스도 특별하게 바꾸는 마법 같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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