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다정한 일상의 반복
매일 아침, 남편은 출근을 한다. 아침잠이 유난히 많은 사람이라 늘 힘겹게 일어나지만, 그래도 묵묵히 15년째 같은 루틴을 반복한다. 그 모습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남편은 아침밥보다는 잠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나는 작은 잔에 올리브유 두 스푼과 레몬즙 한 스푼을 섞어 건넨다. 텀블러에는 커피를 담고, 차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과일이나 삶은 고구마 같은 걸 챙긴다. 특별한 정성은 아니지만, 남편은 그것을 받으며 두 팔 벌려 안아주고 가볍게 입맞춘 뒤 집을 나선다. 이제는 우리만의 익숙한 아침 루틴이 된 듯하다.
남편을 배웅하고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월급 들어왔어.” 짧은 말과 함께 화이팅 넘치는 이모티콘이 따라온다. 괜히 마음이 뭉클해진다. 오늘 하루 남편이 얼마나 수고했는지가 먼저 떠오르고, 그 월급에 담긴 무게감이 느껴진다.
남편과 나는 첫 직장이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남편의 업무 스타일이나 비즈니스적인 강점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약점도. 남편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상사들을 여럿 모셨는데, 안 힘드냐고 물으면 “배우는 게 많다”고 답하곤 했다. 그래서 나랑도 잘 사는 걸까, 웃으며 농담처럼 말한 적도 있다.
지금은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텃세를 이겨내고 자리를 잘 잡았다. 남편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지 않는다. 실리를 중시하고, 타고난 협상가이며 전략적인 사람이다. 옆에서 보면 대단하기도 하고, 가끔은 참 신기하다.
그런 사람이니 일터에서 성취감도 있겠지만, 고충 또한 클 것이다. 일도 많고, 부대끼는 사람도 많고, 때로는 억울하고 답답한 날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그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이 말을 떠올린다. 가장의 무게.
우리는 대학 시절 같은 캠퍼스에서 만났다. 서로의 가장 빛나던 순간도, 가장 찌질했던 순간도 알고 있다. 패션 테러리스트 시절도, 흑역사도 공유하며 여기까지 왔다. 지금은 함께 늙어가는 존재이자, 누구보다 편안한 친구로 곁에 남아 있다.
오늘도 남편은 그렇게 출근을 했다. 나는 그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살아오며 가장 잘한 일은, 남편과 결혼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