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우리는 1박 2일 카라반 캠핑을 떠났다.
캠핑카에서 자보고 싶다, 이층침대에서 자보고 싶다, 숯불에 닭꼬치와 등갈비,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고 싶다던 아이들. 그 모든 소원을 이루었다.
민서는 바둑판과 3D펜을, 서준이는 건담을 갖고 싶다고 했다. 어린이날 선물로 아이들은 원하는 걸 모두 손에 넣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갖고 싶은 것이 있고, 비교적 쉽게 할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아이들이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준이의 꿈은 ‘아빠’다.
서준이는 아마도 꿈을 이룰 것이다.
그 아이에게 아빠란, 되고 싶은 존재 그 자체다.
색종이를 접다가 막히면 거침없이 이어서 접어주고, 장난감이 망가지면 망설임 없이 고쳐준다. 가고 싶은 곳에 데려가 주고, 먹고 싶은 것도 척척 사준다. 레고든 로봇이든 능숙하게 조립해내는 데다, 심지어 로봇 회사까지 다니는 아빠. 서준이에게 아빠는 대디맨 그 자체다.
놀랍게도, 남편의 꿈도 ‘아빠’였다.
“꿈을 이루어서 행복해?”
아이들을 재우고 불멍을 하며 남편에게 물었다. 운전하고 고기를 굽느라 피곤해 보였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답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룰 수 있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룬 삶.
그런 삶은 어떤 기분일까.
불꽃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는 그 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을까 봐 두려워.
남편은 말했다.
니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건 아닐까?
그리고 덧붙였다.
그 꿈 좀 못 이루면 어때.
그 말에 불꽃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허황된 꿈만 꾸었나. 아니, 어쩌면 아예 꿈조차 제대로 꿔본 적이 없던 건 아닐까. 내가 꿈 꾸었던 것들은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시대가, 사회가, 누군가가 꿈꾸라고 한 것들일지 모른다.
세상물정도 모르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모르고, 임신과 출산, 육아가 내 인생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꿔놓을 거라는 걸 몰랐던 시절의 꿈들을 떠올린다.
마흔 즈음 되어 하나씩 생각이 정리된다. 이제야 아는 건가 싶어, 조금은 허탈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생각한다. 꿈꾸지도, 바라지도 못했던 것들을 나는 이루며 살고 있다고.
왼쪽에는 민서, 오른쪽에는 서준이.
아이들 사이에 누워 그들의 뜨거운 포옹과 뽀뽀 세례를 받는 삶을 나는 꿈꾼 적이 없다. 매일 울며 잠들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렇게 웃으며 잠드는 삶을 상상조차 못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참 신기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삶만이 행복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내가 바라던 걸 이루지 못했기에, 지금 더 행복한 걸지도 모르겠다.
내 뜻대로 된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행복한 오늘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