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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 Feb 17. 2024

운동, 살 길은 그것 뿐.

평생 강제 운동 티켓 획득!

두두둑. 왠지 삐그덕 거리는 듯한 관절과 전신이 뻐근하고 개운하지 않은 느낌.

‘아, 그렇지. 운동을 안 한 지 좀 됐네’ 잠깐의 게으름도 허용하지 않고, 어김없이 신호를 보내는 정직한 몸. 가끔 심하게 감기를 앓거나, 집안일로 정신이 없을 때 슬그머니 핑계를 대 보지만 예외는 없다.  평생 무보수에다가 관리까지 타이트한 PT 샘을 내 안에 장착한 뿌듯함으로 발상을 바꿔본다.


나에게 운동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호이자 취미생활 정도였다. 20대 청년들도 몸만들기에 열중한다지만 그건 요즘 이야기니까. 그랬는데 암경험자가 된 뒤로 운동은 반드시 해야 하는, 우선순위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1월 새해 다짐으로 동네 헬스장에 등록하고 초반에 열심이다가, 점점 발길이 뜸해지고, 어느새 등록했는지조차 잊는 게 사람의 본성 아니던가. 암경험자라고 이 본능을 거스를 수는 없다. 시간이 갈수록 슬금슬금 느슨해지는 마음. 운동도, 식이도, 마음관리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래도 큰 경험을 했으니 신경이 쓰이지 않느냐고. 당연히 그렇다. 단지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게 문제일 뿐. 인지부조화라고나 할까. 비록 암을 경험했더라도 매 순간 긴장하고 자각하며 나사를 조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생각해 보면 진단 직후에는 운동을 중요한 일과로 정해두고 꼬박꼬박 챙겼다. 근력 운동까지는 못해도 햇빛이 따사로운 시간대에 동네 산을 오르고 공원을 어슬렁어슬렁. 운동에 꽤 진심인 산사람 혹은 자연인 느낌으로. 그 뒤로 필라테스도 해보고, 홈트도 해보고, 꾸준히는 아니어도 나름 잊을만하면 한 번씩 뭔가 시도하려는 가상한 노력을 하긴 했다.


그랬는데 돌발변수인 복직으로 어설픈 노력은 위기를 맞았다. 물리적으로는 최소 열 시간(8시간 일하고, 1시간 밥 먹고, 이동시간 및 출근 준비 등)을 매여 있어야 했다. 시간뿐 아니라 에너지와 정신력도 소모된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쉬엄쉬엄 하려고 하지만, 숨만 쉬어도 기초대사량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처럼, 직장생활도 그렇다. 그냥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나름 고된 일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느끼는 보편적인 진실.


여하튼 그 여파로 운동은 언감생심. 눈뜨면 출근하고, 집에 오면 퍼지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차라리 적응기간이라 생각하고, 그냥 적당히 좀 지내면 스트레스는 안 받았을 텐데. 머리로는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걸 아는데, 잘 안되니까 괜히 서럽고, 불안하고, 화가 나는 복잡 미묘한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걸 압도하는 동기부여이자, 강제 운동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항호르몬제.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매일 복용 중인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알약. 모든 약이 그렇듯 치료 효과를 얻는 대신 부작용도 수반된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골다공증과 관절통. 초반에는 관절통이 극심했다. 허리 통증으로 직립보행(?)조차 어려울 때는 사람 구실은 수 있을는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똑바로 서서 걷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을 부단히 찾아봤지만, 딱히 묘안이 있을 리 없다. 기껏해야 진통제인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약을 먹으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기는 아이러니. 이런 이유로 의료진도, 환자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운동이다. 매일은 어려워도, 며칠에 한 번씩이라도 적당한 신체 활동을 해주면 이런 증상이 훨씬 완화된다. 즉,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이 이어지면, CCTV라도 달아놓은 듯 제꺼덕 출동을 한다.


뻑적지근함과 관절이 헐렁해진 싸한 느낌을 맛보면, 다시 부지런히 몸을 놀리게 된다. 조금이라도 걷고, 짬 내서 스쿼트라도 하고, 뻐둥거리며 스트레칭도 한다. 뼈에 숭숭 구멍이 공포스러운 뼈 그림(골다공증)과 예전에 겪었던 어마무시한 관절통을 떠올리며. 자다가 발목이 몸에서 떨어져 나갈 같던 끔찍한 기억이란. 여하튼 항호르몬제 덕분에 남들은 주고도 하기 힘든 운동을,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이어나가고 있다. 


마흔 이전에 운동의 목적은 멋져 보이기 위해, 몸을 만들기 위해서지만, 그 이후에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란다. 주변을 둘러봐도 건강검진 결과 매년 늘어나는 재검 항목, 대표적인 성인병인 당뇨, 고지혈, 고혈압 등 여기저기 부실해지는 사람 투성이다. '건강한 생존'을 위한 필수 항목인 운동. 역설적이게도 큰 병을 경험한 사람이 더 열심히 운동하고, 몸에도 신경을 쓰면서 병에 걸렸던 사실을 제외하면 이전보다 더욱 건강해지고는 한다.


아픈 건 조금 아쉽지만, 덕분에 그 경험 없이는 어떻게 해도 구할 수 없는 '자동 건강 마인드 리셋'이라는 소중한 보물을 획득했다. 운동의 중요성을 잊어버릴 만하면 알아서 일깨워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평생 밀당', 앞으로도 그 힘들고 어려운 걸 해내야 한다. 너무 당겨서 끊어져서도, 너무 느슨해서 퍼져버려서도 안 되는 밀고 당기기. 연애 때 못해본 아쉬움을 이렇게 달랠 기회를 갖게 된 건가. 놓을락 말락 적당한 긴장감이 밋밋함보다는 흥미진진하리라 기대하며, 함께 파이팅 해요! 살 길은 운동뿐!


Image by Nhi Nguyễn Tường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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