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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과거에도 앞으로도 없을 가슴골의 영광!

한여름 무더위에 방사산 등반 시작!

by 타샤 용석경

정신이 안드로메다라 연재 순서를 뒤엉켜버렸네요..^^;;;

브런치북은 발행특성상 글 취소가 안되다보니...

방사선 치료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늦게나마 이야기를 올려봅니다.

표준 치료는 수술, 항암, 방사선 이렇게 포함되요~




방사선과 첫 진료는 3차 항암 때 진행되어, 치료 방법과 기간은 알고 있었다.

횟수는 23회(그 중 7회 집중방사), 방식은 세기조절방사.


주중에 매일 일수를 찍듯이 5주를 와야 한다. 나의 암순이가 있던 곳은 왼쪽 가슴으로 폐와 심장이 가깝기에 주변 장기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세기조절방사로 진행되었다. 병기가 높지 않아 내심 20회 이하를 기대했는데, 수술 당시 뗀 조직상 안전마진이 작아서 횟수가 늘었다.


주변을 보면 방사선 치료는 대략 20~30회로 진행이 되었다. 간혹 횟수가 많다고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방사선의 총량은 같지만 세기에 따라 횟수가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방사선 치료가 종료되고 방사선 기록지를 발급받으면 총량을 체크할 수 있다. 나는 치료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방사선량은 6천으로 꽤 높은 편이었다. 치료 횟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본격적인 방사선 치료 일주일 전, 어느 부위에 어떻게 방사선을 조사할지 설계하기 위한 계획CT를 진행했다. 막항의 즐거움은 이제 일단락되었고 다시 방사산을 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왠지 병원으로 향하는 마음이 항암 때보다는 가볍다.


조영제CT라서 6시간 금식, 다행히 아침 시간이라 굶는 시간이 길지 않다. 조영제를 넣기 위한 주삿바늘을 달고, 방사과에 있는 CT실로 향했다. 일반CT실과는 조금 다른 느낌. 남자 선생님과 여자 선생님이 한 분씩 계셨다. 선배 언니들에게 가운을 벗는 게 부끄럽고 민망할 수 있다고 들었기에 각오는 한 터였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친절함이 느껴지는 남자 선생님.


검사 베드에 오르기 전에 검사실의 조도를 전체적으로 낮추어서 어둡게 해주셨다. 팔에 주삿바늘을 끼고 가운을 벗는 게 조금 불편했지만, 선생님들이 도와주셨다. 검사 자세는 벌을 설 때처럼 팔을 쭉 올리는 만세는 아니고, 범인이 체포될 때 머리 뒤로 손을 올리는 듯한 느낌. 간혹 수술 뒤 팔이 위로 쭉 펴지지 않아 방사선 치료를 걱정하는데, 45도 정도로만 올라가면 된다.


검사 중 몸을 움직이면 안 된다는 불문율, 누운 채 몇 번 통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그 뒤에는 대망의 ‘몸에 그림 그리기’ 뭔가 비장하고 숭고한 느낌이 넘쳐흐른다. 좌우에 남녀 선생님 두 분이 서서 붓으로 내 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움직이면 안 되는데 너무 간지럽다. 으악. 도대체 무슨 모양인지 보고 싶지만, 나의 시선은 천장에 고정. 순간 눈에 띈 천장이 파란 하늘, 흰 구름, 노란 꽃 사진. 어두운 검사실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누워 잠시 위축됐던 마음이 위로받는다.


1시간 정도를 예상했던 검사는 30분 만에 끝났다. 다시 가운을 입고 간호사실로 가서 주삿바늘을 제거하고 탈의실로 들어섰는데 헉!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순간 당황했다가 웃음이 빵 터졌다. 쇄골뼈 아래부터 가슴 가운데로 주욱 그어진 보라색 줄. 이 몰골로 어슬렁거리며 병원 복도를 돌아다녔다니. 그러나 그 와중에


‘아~ 나의 완전 평면 가슴에 드디어 입체적인 가슴골이 생긴 거?’


과거에도, 앞으로도 없을 소중한 추억이 또 생겼다. 더불어 나처럼 평면 가슴의 언니들이 방사 치료를 앞두고 설레한다. 드디어 글래머의 꿈을 이루는 거냐며. 물론 썩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래도 중요한 건 가슴골이 ‘생겼다’는 것.


가운을 벗고 옷을 갈아입는데 가슴에 붉은 추장 느낌의 굵은 선들이 죽죽 그어져 있다. 선생님들이 난을 치듯 한땀 한땀 그려낸 결과물이 이것이었구나. 자도 안대고 그렸는데 어찌 이리 선이 한결같이 곧은지. 이 선들은 나중에 실제 방사선 치료 시 방사 기계를 정밀하게 맞추는 기준 역할을 해주었다. 덧칠을 해주시기는 하지만 되도록 정성 가득한 그림을 소중하게 잘 지키는 게 방사선 치료 중 나의 역할.


어느새 7월, 여름으로 접어들었다. 더위와 함께하는 나의 방사 치료 5주가 시작되었다.


* 이 글은 22년 출간된 <유방암이지만 괜찮아>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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