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길은 운동 뿐이로세~~
첫 달에는 괜찮더니 슬슬 부작용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답답한 마음에 약 설명서를 읽어보니 호르몬 약이어서인지 각종 장기 및 정신계까지 부작용이 어마어마하다. 실은 어떤 약도 설명서의 부작용을 보고 나면 먹을 엄두가 나지 않기는 한다.
하여튼 페마라의 공식적인 매우 흔한 부작용은 고콜레스테롤혈증, 안면홍조, 다한증, 관절통, 피로, 무력감, 권태감 등이다. 그보다 조금 덜 나타나는 부작용은 식욕부진 및 증가, 우울증, 두통, 어지럼증, 두근거림, 탈모증, 피부건조, 구역구토, 근육통, 골다공증, 관절염, 체중 증가 등이다. 하나하나 체크하느니 그냥 약 복용 이후에 이전과 다른 몸의 반응이 나타나면 부작용이려니 한다.
페마라는 에스트로겐을 강하게 저하시켜 골밀도가 저하되어 골다공증의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매년 골다공증 검사를 실시하고, 필요시 약을 처방 받게 된다. 폐경 상태에만 사용해야 하니 중간에 황체형성호르몬(LH), 난포자극호르몬(FSH), 에스트라디올 수치를 체크한다. 내 검사 수치를 보니 실질적인 에스트로겐이라고 할 수 있는 에스트라디올 수치가 1년 전 174에서 12로 확연히 감소했다.(참고로 폐경기 수치는 10~50pg/ml)
여기까지는 이론과 숫자이고, 실제 몸에서 느끼는 부작용은 또 달랐다. 빠르면 6개월 정도면 몸이 적응해서 조금 나아진다고 하는데 과정이 만만치 않다. 이미 호르몬약 복용 9개월 차인데. 돌이켜보면 특정 증상이 쭈욱 지속되기 보다는 옮겨 다니면서 나타났다. 사람마다 부작용이 다르지만, 페마라 복용시 대체적으로 겪는 부작용은 관절통이다.
본격적인 부작용은 3개월쯤 심한 허리통증부터 시작되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면 주방에 도착해서야 허리를 펼 수 있었다. 70대 할머니처럼 ‘아고고’ 소리를 내면서 슬로모션으로 허리를 조금씩 펴면서 걷는 기분이란. 뒤이어 무릎과 발목의 관절이 덜그덕거렸다. 이러다가 발목이 툭 떨어져 나갈 수도 있을 듯한 싸한 느낌에 잠을 깰 때는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바닥에 발을 딛으면 발바닥이 아플 수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열걸음 정도 아픔을 참고 걸으면 사그라들기는 하지만.
표준치료를 마친 지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에너지가 뚝 떨어지는 피로감이 이어졌다. 잇몸도 들뜨고 구내염도 나타났다. 항암 때부터 따라다닌 피부 발진도 심해졌다. 모기에 물린 것처럼 부어오르는데 간지러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긁으면 수포가 되거나 심하면 피가 났다. 팔, 다리, 손가락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특히 갱년기 증상인 열감은 초지일관 지금까지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렇게 5년을 어떻게 사나 의기소침했는데, 허리 통증이 차츰 나아졌다. 난 역시 건강하니 이렇게 조기 적응을 하는 건가 마음이 팔랑거렸다. 그런데 어느 날 자다가 새벽에 통증으로 깼다. 어떻게 자다가 손가락 마디와 발목이 아플 수 있는지.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관절을 하나씩 펴줘야 한다는 친한 언니의 말을 웃어넘겼건만 나도 그 수순을 밟고 있었다. 통증이 한 번씩 오면 내 몸의 관절이 어디에 있는지를 속속들이 알게 되는 신비로운 경험.
몸에 나타나는 부작용은 아무리 마음을 긍정적으로, 밝게 먹는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나아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힘들다고 울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약해지는 뼈를 보완하고, 관절통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잘 챙겨 먹고 운동을 해서 근력을 키워야 한다. 뼈가 약하니 근육이라도 키우는 것이다. 물론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뚜둑뚜둑 소리가 나는 로봇 같은 몸으로 운동을 할 마음이 절로 생길 수는 없다. 그래도 해야 한다. 굳은 채로 그냥 내버려 두면 좋아질 리는 없으니까. 암진단 후 걷기는 생존이란 말을 마음에 담고, 걷고 또 걸었었다. 이제는 보태어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매일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혹시나 혼자서 어려우면 가족과 함께 하자. 얼마 전부터 매일 저녁 가족들과 함께 10분 정도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내 건강도 지키고, 가족들의 건강도 지키고 일석이조! 비단 호르몬 치료뿐만 아니라 수술, 항암, 방사로 흐트러진 몸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도 운동은 꼭 필요하다.
한 번 움직이면, 그만큼 건강해진다고 생각하고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