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야기
“꽉 잡아!”
나는 아이의 씽씽이를 끌며 전력 질주했다.
신랑의 커다란 크록스가 덜그럭거리며 발끝을 방해했지만
유치원 차를 놓칠까 더 세게 내디뎠다.
“엄마! 나뭇잎이 투명해! 안 보이는 줄 알았어!”
“어! 버스 온다!”
터질 듯 쿵쾅대는 심장 깊숙이 시린 겨울바람까지 파고들어
거칠어진 숨이 목구멍에서 고장 난 에어컨처럼 덜덜 떨렸다.
“하아… 다행이다. 탔어.”
차량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이의 동그란 뒷머리.
나는 그 머리 위로 팔랑이는 손을 오래도록 흔들었다.
몸의 긴장이 풀리자 손끝까지 기운이 빠졌다.
씽씽이를 끌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아이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나뭇잎이 투명해서 안 보이는 줄 알았어.’
고개를 들어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붉게 물들어 있던 나무가
이제는 앙상하게 서 있었다.
아이의 말이 그제야 마음에 닿았다.
아이의 눈에는 잎들이 떨어진 게 아니라
그저 투명해져서 잠시 숨은 것뿐이었다.
나는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겨울이 되면 나무는 잎을 잃고 초라해진다.
하지만 아이의 세상에서는,
그건 잃은 게 아니라 잠시 숨은 거다.
바람과 햇살, 지나가는 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중인 거다.
그렇다면 나의 마음도,
지금은 단지 투명해진 나뭇잎 같을 수 있을까.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거기 있는,
다시 봄이 오면 초록으로 돌아올 생명처럼.
아이의 눈으로 본 겨울은
달큼한 서러움 한 조각,
그리고 믿음의 다른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