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맛이야? 차갑고, 떫고, 역겨운 향이 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위스키를 좋아한단다. 마침 카페이자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참이어서, 술에 문외한이던 내가 술의 이름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던 때였다. 빨간색 뚜껑에 노란 병에 든 '메이커스 마크' 위스키. 그게 내가 처음 먹은 위스키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 사람을 생각했다. 그냥 지나가듯이 얘기한 거기는 한데, 얼음 하나를 띄운 위스키에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난 원래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의미 없이 나가는 술자리는 질색인 데다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또 가끔 마시고 싶을 때는 집에서 맥주나 소주 몇 잔을 홀짝이는 정도였다. 그러던 내가, 집 앞 편의점에 발걸음을 멈췄다. 편의점에는 조그마한 미니 위스키들을 팔고 있었다. 겨우 손바닥만 한 위스키 한 병에 18,000원. 와우, 그 핫하다는 원소주보다 비쌌다.
월말이라 돈이 점점 떨어져 가고 있던 찰나. 큰맘 먹고 이 조그마한 위스키를 사버렸다. 내 나름대로의 도박이었다. 집에 와,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다. 첫 위스키를 맞기 위한 나만의 준비였다. 일종의 의식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기대를 잔뜩 품고 마신 위스키의 맛은!...
" 으웩, 정말 이걸 좋아한다고? "
더럽게 맛없었다. 처음 맡아보는 퀴퀴한 향과 썩은 보리 맛. 게다가 씁쓸한 뒷맛까지. 거리에 나뒹구는 종이를 씹어먹고 물로 입가심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중, 이 위스키를 홀짝이는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음... 그렇게 생각하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심지어는 잔에 든 위스키 한 잔이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뭐지, 왜 맛있냐 이거? 그렇게 한 입, 두 입 노란 위스키는 내 목구멍을 타고 흘렀다. 처음에는 그렇게 흐르는 위스키가 내 목을 따갑게만 만들었는데, 이제는 그 위스키가 내 기분을 알맞게 만들어주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과도 같은 일 아닐까? 그 사람으로 인해, 나는 또 한 번 나의 세계를 넓혀간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주는 안 마실 테지만, 아주 가끔, 기분을 내고 싶을 때, 위스키 한 잔과 음악으로 그 하루를 달랠 수 있게 되었다. 참 고마운 일이야, 한 사람으로 인해 변해간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