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빗방울처럼

휘몰아치는 이 감정을, 흘려보내자

by 유희



쉬는 날이면 유독 잠이 많아진다. 몸이 긴장을 풀어서 그런 거였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오랫동안 들었던 잠에서 깬 나는, 또 오랜 시간 동안 침대 밖을 빠져나오지 않는다. 의미 없는 영상들을 보거나, 슬프다고 생각했던 영상들을 본다. 그건 아마 나의 주기적 우울감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늘 그랬다. 어느 날은 정말 내가 잘 해낼 것 같고, 내게 그럴 능력이 있다고 믿어진다. 또 그리고 그것이, 마냥 허황된 이야기도 아닌 듯하다. 하지만 어느 날은 아주 내가 보잘것없어 보인다. 이룬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는, 그런 못난 사람처럼 보인다. 신기할 노릇이다. 나는 똑같은 사람일 텐데, 왜 그렇게 달라 보이는 건지. 남들도 다 이럴까? 남들도 다 이런 파도 속에서 살아가는 걸까? 어느 때는 그 위에서 서핑을 하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완전히 휩쓸려가 버린다. 어푸어푸, 거친 파도 위를 헤맨다. 누구도 없다. 나뿐이다. 밤은 까맣고, 하늘엔 밝은 보름달 하나만 보인다. 그 달빛 이외의 모든 것들은, 차갑고, 어둡고, 스산하다.


삶에는 누구나 굴곡이 있다고 했다. 잘 나가는 시기가 있으면, 못 나가는 시기가 있고, 박수를 받는 날이 있으면, 아유를 받는 날이 있는 거다. 평생토록 빛이 있거나, 어둠이 있는 때는 없다. 그래서 나는 늘 그 중심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다만 그것이, 어느 때는, 내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 때가 있는 거다. 나이가 들면 나아질까? 조금 더 덤덤해지고, 무던해질까? 칼날 같은 나의 이 성격이, 다듬어지는 날이 올까? 하지만 다듬어지면 다듬어지는 대로, 아쉬워할 내가 보인다.


오늘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빗소리나 들으며, 버텨봐야겠다. 또 지나갈 테니까. 다시 내가 날 믿어주는 시기가 올 테니까. 오늘은, 흘려보내자. 저 빗방울처럼, 자연의 섭리에 따라, 흘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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