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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문난 이작가 Nov 19. 2024

수영 배우고 싶다면 당장 시작해라!

수영 에세이 열다섯 번째 이야기 – 뭐든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배우기


    수영을 배우면 배울수록 쓸데없는 후회가 인다. 17년 전, 한창 수영을 배우다 왜 그만뒀을까 하는. 물론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서 수영 맛에 한껏 취해가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 나이는 단순히 숫자만 늘린 게 아니라 아주 정직하게 체력을 앗아가고 신체 기능을 떨어뜨려 놓았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꽤 버퍼링이 걸렸다. 처음엔 함께 들어왔거나 뒤늦게 입문한 회원들이 내 앞을 거쳐 높은 반으로 올라가는 게 타고난 운동신경에서 비롯된 줄로만 알았다.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착각했다. 하여, 놀라운 출석률을 자랑하며 부지런히 물질을 해댔지만, 그들은 더 높은 반으로 옮겼고,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아이러니가 연출됐다. 매달 또 다른 초급반 회원들이 올라와 내 앞에 선다. 투덜댈 대상도 없이 야속하고 답답한 마음만 넘쳤다. 그러다 버퍼링이 멈추었을 때, 나이에 비례하는 체력과 유연성의 문제를 깨닫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고 금방 발견될 수 있는 부분인데, 난 몇 달을 보내고 나서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객관적인 나는 더 나이가 들어있었다. 운동을 같이 시작해도, 같은 속도로 발전해 갈 수 없을 만큼. 

 


    자유형을 10바퀴 돈다면 난 한두 번 쉬어줘야 보조를 맞출 수 있었고, 평영은 고관절 유연성이 떨어져 발차기한다고 하는데도 별반 나아가지 않았다. 강습 시간 동안 같은 양의 퀘스트를 완수해 가는데도 민망할 정도로 헉헉댔다. 젊은 회원들의 빠른 회복력과 지치지 않는 체력, 특히 남자 회원들의 분수 쇼 같은 발차기는 뚫을 수 없는 철옹성이었다. 아무리 용써도 따라잡을 수 없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어쩔 수 없음을 인식하자, 쓸데없는 후회가 불쑥불쑥 올라왔다.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덜 힘들어하면서 더 잘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서 간혹 수태기(수영 권태기)가 휘몰아치고, 실력이 늘지 않아 실망스러워도 그만두지 않으려 단도리한다. 그나마 내 인생에선 지금이 제일 젊은 시기인데 여기에서 접으면 또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싶어서. 더불어 초급반에서 갓 올라와 단번에 1, 2번으로 등극하는 젊은 회원들을 부럽게 바라보며 그만두지 말라고 속 응원을 해댄다. 

 


    무엇이든 배우는 시기가 빠를수록 좋다. 수력 4년 차가 되었다는 9살 회원의 접영을 보고는 이 생각이 더 굳어졌다.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체형이었는데 물에 매우 친숙한 돌고래처럼 단 두 번의 호흡으로 25m를 완영했다. 뭐 근거를 들자면 이뿐이랴. 어린 시절 자전거를 배워두면 아주 오랜 후에 타도 탈 줄 알게 되듯이, 몸으로 익힌 건 기이하고 기특하게도 몸이 기억하고 있지 않던가? 악기든 운동이든.

 


    그런데도 순탄치 않은 삶을 지탱한다는 핑계로 무수한 배움을 시작했다 접었다. 몸이 기억할 새도 없이. 다양한 운동기구며 숱한 운동복은 어디쯤 처박혀있는지 감도 오지 않는다. 간혹 이사하거나 짐 정리할 때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추억에 젖기도 하지만 끝까지 펼치지 못한 지구력에 쓸데없는 자책을 한다. 가장 비싼 호구를 사야 평생 쓴다는 선배 말에 무리하게 샀던 검도 호구도 몇 번 써보지 않고 곰팡이에게 양보했고, 잔 근육이 화려한 아마추어 발레리나를 꿈꿨던 발레복과 토슈즈도 결국 정리했다. 

 


    제대로 실행하진 못했지만, 무엇이든 이른 나이에 시작하고 꾸준히 하면 더 쉽고 빨리 배울 수 있으며 남은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는 걸 여실히 깨닫는다. 여러 운동을 섭렵하다 머무른 수영에서 이 깨달음을 또 한 번 되새김질하면서 어느새 운동전도사로 거듭났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 남녀노소 상관없이 어떤 운동이든 운동을 시작하라고 권유한다. 당장 시작하는 게 몸이 익히기엔 제일 좋은 시기라고. 혹여 수영에 관심을 표하면 더 열변을 토한다.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거나 운동 전후 샤워하는 게 번거롭다거나 수영복 입은 모습이 민망하다는 등의 이유로 주저하면 수영이 가져다주는 이득에 비해 그런 것이야말로 고려대상으로 민망한 것들이라고 오지랖을 펼쳐댄다. 이런 일련의 전도 활동은 나 스스로에게도 무의식적 압력을 가한다. ‘너도 그만두지 말고 꾸준히 해. 나중엔 지금보다 유연성과 체력이 더 떨어질 테고, 아무리 배워도 아무리 연습해도 되지 않는 동작이 더 늘어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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