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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문난 이작가 Nov 12. 2024

골치 아픈 자유형

수영 에세이 열네 번째이야 – 무엇이든 알면 알수록 어렵다!


    처음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면 무조건 발차기를 배운 후, 자유형을 배우게 마련이다. 사실 자유형 Freestyle swimming은 선호하는 영법으로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을 의미하지만, 여러 영법 중 엎드려서 두 다리를 번갈아 차며 양팔을 교대로 젓는 크롤 영법이 가장 빨라 모든 이들이 선호하게 되면서 자유형이 크롤 영법을 일컫게 되었다. 물에 뜨는 것도, 발을 차는 것도, 팔을 저으며 호흡하는 것도 쉽지 않은 초급 단계에서 자유형으로 25m를 가는 것은 큰 숙제이자 큰 도약이다. 

 


    오랫동안 주 6일 매일같이 자유형을 한 나에게, 자유형은 그저 헬스장 가면 러닝머신 타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손쉬운 움직임이 되었다. 적어도 어깨 통증으로 병원에 다니고 개인 레슨을 받기 전까진. 어깨가 아픈 건, 단순히 안 쓰던 어깨를 갑자기 많이 썼기 때문이라 치부했는데, 나중에 발견한 사실은 올바르지 않은 자유형 자세 때문이라는 것. 개인 레슨으로 자유형을 교정한 후, 어깨 통증이 나아진 걸 보면 후자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 

 


    처음 개인 레슨을 받을 때, 제일 배우고 싶은 영법이 뭐냐는 물음에 접영이라고 했다. 접영을 한번 해보라 해서 접영을 보여준 이후, 자유형도 해보라고 해서 자유형을 보여줬다. 그 이후로 다시 접영 하는 일은 없었고, 아무런 협상 없이 쭈욱 3개월 동안 자유형 교정만 했다. 강사님의 무언은 자유형 자세의 심각함을 토로하지 않는 배려로 해석했다. 교정을 시작하자, 새삼 자유형이 이토록 어려운 영법이었나 모든 게 새록새록 해졌다. 단순히 발 차고 팔 젓는 게 아니었다. 발 차고 팔 젓는 동안,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다. 머리 위치, 호흡, 롤링, 유선형, 글라이딩, 하이엘보, 킥 타이밍, 엔트리, 캐치, 풀, 푸시, 리커버리, 물 잡기, 발차기, 힘 빼기 등등. 그리고 움직임 곳곳에 끝없이 유의사항이 들러붙는다. 예를 들어 팔꺾기로 하이엘보를 할 때, 손바닥이 엉덩이 쪽을 바라보도록 하고, 손힘으로 돌리지 않고 어깨 관절과 광배근을 이용해야 하며, 어깨를 지나 머리 앞으로 뻗을 때도 팔꿈치는 항상 손보다 높은 위치여야 하고, 수면이 아닌 물속으로 손을 찔러 넣어야 하니 엄지 검지가 먼저 들어가야 하고……. 

 


    수없이 연습해도 곳곳의 문제점이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문제점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곳이 문제점으로 등극했고, 집중했던 문제 지점을 교정하다 보면 더 디테일한 교정이 들러붙었다. 끝이 없겠구나, 자유형이 결코 쉬운 게 아니었구나, 연습할수록 실력이 조금씩 나아질수록 수영이 굉장히 섬세한 운동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자유형 교정만 꼬박 3개월을 한 이후에, 배영으로 넘어갔는데, 솔직히 지금도 자유형을 잘한다고 볼 수 없다. 그나마 못하던 롤링과 글라이딩이 조금 된다는 것뿐, 여전히 발차기도 잘되지 않고, 리커버리 할 때 팔꿈치 각도는 지금도 정확히 가늠되지 않는다. 무릎이 너무 벌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서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다가도 다른 문제점에 집중하다 보면 여지없이 무릎을 놓치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교정 전에는 관대하게도 물 위에 떠서 발을 차고 팔을 저으며 25m 갈 줄 알면 자유형으로 쳐주었다. 그 관대함으로 인해 잘못된 자유형 동작이 고착되었고, 단단하게 들러붙은 습관을 고치는 데만도 숱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제법 흉내를 내긴 한다. 유선형 자세에서 오른쪽 왼쪽으로 롤링도 하고 여유 있게 글라이딩도 하고 호흡도 비교적 짧게 하려 하며 리듬감도 가지려 노력한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언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자유형이 가능할지, 그런 날이 올지 전혀 예측도 되지 않는다. 

 


    뭐든지 뭘 잘 모를 때는 쉬워 보이고 간단해 보인다. 막상 진입하여 발을 들이면, 알아야 할 혹은 행해야 할 것들의 촘촘함에 아득해지곤 한다. 운동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일이 그러하다. 공부도, 집안일도, 직장 일도, 취미도, 그 외에 삶과 관련된 일이 다 그러하다. 알면 알수록 어렵다. 그래서 곳곳에 일생을 투자해 갈고닦는 전문가들이 나오는 것이리라. 커피를 내리는 일만 해도, 제대로 알기 시작하면 얼마나 따질 일이 많은가? 물 온도, 물의 양, 원두 종류, 추출 시간, 추출 기계, 커피용품, 커피 내리는 법 등등 끝도 없다. 

 


    하여, 수영에 대해 겸손해지기로 했다. 하루에 겨우 50분, 그것도 온전히 교정하는데 몇 분 투자도 안 하면서 극적인 영법이 구현되길 소망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어제보다 나아지고, 내가 무엇이 문제라는 걸 알아가고, 고치려 노력하게 되면 그것으로 족하다. 수영이 얼마나 섬세한 운동인지 알아가면서, 그 섬세함을 존중하여, 그 섬세함에 발맞춰 조급하지 않게 부지런히 노력하기로. 이런 자세가 다른 일에도 번져 함부로 쉽고 간단하게 여기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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