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4ㅡ최근 인상 깊었던 산책 장면

by 가득
by 신디북클럽



2024-12-31


눈이 한동안 모니터 하단의 숫자에 머문다. 숫자가 말을 거는 것 같다.

ㅡ올해. 너의 산책은 어떠했니?


나는...

내 산책은..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심연에서 떠오른다. 훅 떠올랐다가 흩어지려는 장면들을 붙잡아 본다.


# 불편하신 다리를 이끌고 지하주차장까지 쫓아오신 아버님. "내가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라고 말씀하시며 어깨를 두드려주신 손. 하염없이 혼자 울었던 추웠던 겨울밤. 올해의 시작.


# 여섯 팀의 양띠 쌍둥이들에 둘러싸여 어리둥절해하며 촛불을 끄던 1호, 2호. 십 년간 서로가 있어 든든했던 서로에게 고마운 우리들.


# 아쉬워하는 눈빛들 기억하고 싶은 고마운 말들.

곧이어 다시 반갑게 걸려온 전화에 고민하며 거실만 빙글빙글 돌던 나. 자꾸 어린 1호, 2호로 향하는 내 마음. 올해만 아이들을 돌보자며 내치던 감사한 마음들. 죄송스러움. 내 어린 시절 결핍에 대한 생각들.


# 노트북을 앞에 둔 스타벅스 테이블. 겨우 마무리된 원고지를 손에 들고 늦을세라 마로니에 공원으로 정신없이 뛰어 달려가는 나. 웃으며 이 쪽으로 줄 서라고 손짓하는 신디. 그리고 처음 방문한 성수동. 브런치스토리팝스토어. 그곳에서 집어온 글쓰기 주제 카드 서른 장.

또 다른 시작. 감사한 하트들.


# 2호 수술 후, 나의 흘러내린 눈물을 미처 닦지 못한 채 마주친 1호와의 눈 맞춤. 나를 바라보던 1호의 두려운 표정.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


# 엄마, 나는 정말 프로기사가 꼭 될 거야. 바둑만 생각하면 행복하게 미소 짓는 2호. 왜 아이들을 영어학원에 보내지 않느냐는 주변사람들의 불안한 말들.


# 1호 2호의 알라딘. 경찰 1과 자파. 3개월간 일요일마다 고생했어.


# 이번달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을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처음 보게 된 국화꽃이 가득한 표지. 눈물짓는 나를 보며 아이들도 관심을 갖게 된 5월 광주민주화운동. 한강의 노벨상수상 후 작별하지 않는다 책을 들고 화서역을 향하던 나. 그곳에서 빠져들었던 대화. 제주 4.3 사건.


나이를 불문한 같은 길을 향하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들 그리고 대화들.


# "dangerous Korea. Now? What's happening?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남편옆자리의 외국인이 폰에서 뉴스를 보여주며 놀라서 하던 질문. 믿을 수 없던 장면들. 비행기가 날고 있던 사이 일어났던 일. 말도 안 되는 단어.


그리고 내가 타고 있었을 수도 있었던 또 다른 비행기. 무거운 슬픔. 애도.


# 그 어느 해보다 많이 서로를 마주보고 미소지었던 우리 부부. 심장소리 안부.


ㅡ2025년. 어떤 산책을 하게 되든. 너와 모두를 응원한다. 두가 안하기를.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기를. 2024년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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