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6ㅡ열렬히 응원하는 대상

by 가득
by 신디북클럽



ㅡ엄마, 나는 왜 겁쟁이로 태어났을까.

2호가 내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가슴에 울컥한 게 솟아올라왔다.


같은 반 덩치 큰 강이가 전부터 아이를 자꾸 때리고 욕을 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서럽게 울면서 들어오는 건 처음이었다.


ㅡ엄마, 내가 KT팬이라는 걸 말하지 말걸 그랬어.

아이는 울먹이며 또 한마디를 했다. 강이는 야구팀 LG팬인데 2호가 KT팬인걸 알고부터 자꾸 아이를 무시하고 놀리고 때렸다고 했었다. 아이는 그것 때문에 강이가 자기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오늘의 사건은 이렇다.

급식시간, 줄을 서서 배식을 기다리는 동안 2호는 뒤에 있는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단다. 근데, 2호 바로 앞에 서있던 강이가 아이를 갑자기 부르며, 너 왜 Y를 때리냐고 했단다. Y는 강이 앞에 서 있는 아이였는데 누군가한테 발로 차였다는 것이다. 2호가 아무리 아니라고 때리지 않았다고 말해도 강이는 2호가 거짓말을 한다며 절교를 하겠다는 등의 말을 하다가 마지막에 아이 허벅지를 세게 걷어차고 갔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누명을 쓴 것이 억울하고, 강이에게 이유 없이 자꾸 맞는 것에 폭발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아이의 눈물과 자책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던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이 마음 편했다. 갈등상황이 싫었다. 그래, 내가 더 조심해야지.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니 내가 더 잘해야지. 늘 그렇게 마음을 먹다 보니 어느 순간 나 자신이 너무 미워졌다. 자책하고 또 자책하고 그러다 보니 습관이 되어버린 죄책감에 늘 자신감이 없었다. 내 아이는 그렇게 크지 않길 바랐다. 내가 부정하고 싶은 내 모습이 2호 에게서 보였다. 그래서 더 화가 났나 보다.


집에서도 2호는 1호가 때리면 매번 당하면서도 제대로 한방 먹여준 적이 없었다. 늘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고 말하던 나였지만, 보다 못해 도저히 참지 못했던 어느 날 조용히 2호 귀에 속삭인 적이 있었다.


ㅡ1호가 때리면 너도 그냥 확 때려버려. 네가 제대로 때리면 1호 날아갈걸? 네가 훨씬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주먹도 크고 세잖아.


그러자, 8살 2호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ㅡ그러다 1호 죽으면 어떡해.


2호는 자기가 한번 때리면 죽을지도 모를 만큼 자신이 세다고 생각하면서도 1호에게 늘 맞아주었던 것이다. 밖에 나가서도 이런 일이 생긴다니 이런 일이 있을 땐 스스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가.


선생님께 말씀드릴까 물으니 이야기하지 말라고 자기가 해결해보겠다고 한다. 내일 학교 가서 강이에게 꼭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말한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또 얻어맞지나 않을까?


혹시나 2호가 먼저 기분 나쁘게 말을 하진 않았을까. 부주의하게 몸을 흔들다 친구들 몸을 건드리고 하는 건 아닐까. 아이의 학교 생활을 여쭙기 위해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드렸다. 선생님께서는 2호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으며, 친구들을 먼저 건드는 아이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답해주셨다. 2호가 빤히 쳐다보고 있어 강이의 이야기는 묻지 못했다.


ㅡ2호야. 네가 KT팬이라고 말한 건 절대 잘못한 게 아니야. 네가 강이에게 맞고 바로 어쩌지 못한 것도 네가 겁쟁이라서가 아니야. 네가 그랬지. 얼마 전에 생명존중투표에서 친구들이 너를 2등으로 뽑아주었다고. 친구들을 존중하고 잘 대해주는 마음은 네가 선한 사람이기 때문이야. 너처럼 선한 사람들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거야. 절대로 네 잘못이 아니야.


2호는 내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고개를 끄덕했다.

다음 날, 사과를 받아낸다고 했던 2호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나에게 말했다.


ㅡ엄마, 강이가 나를 보더니 안녕하고 인사를 하더라고. 괜히 이야기했다가 싸움이 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게 평화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 번만 더 그러면 그땐 정말 참지 않을 거야.


2호는 그렇게 한번 더 참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를 닮은 2호라 예상했던 말이었다.

그래 그냥 넘어갈까? 생각하다가 늘 '이번 한 번만' 하고 참고 넘어가며 살 아이가 걱정되었다.


선생님께 다시 장문의 톡을 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바로 아이 둘을 불러다 자초지종을 물으시곤 사과를 하도록 시키셨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강이에게서 사과를 받았다고 살며시 미소를 띠고 말했다.


ㅡ친구들에게 너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친구는 너의 마음을 모를 거야. 기분 나쁘면 나쁘다고 확실히 너의 마음을 말해야 해. 다음에도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친구의 눈을 보고 꼭 너의 마음을 전해.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어른들께 도움을 요청해야 해.


나도 잘 못하는 것을 어른인 척하며 말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ㅡ어머님. 강이 어머님께도 이 일을 말씀드릴까요?

선생님의 물음에 네!라고 답했다. 하지만, 곧 다시 답장을 드렸다.


ㅡ선생님. 다음에 한번 더 같은 일이 생기면 그때 말씀 드려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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