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8ㅡ내가 소망하는 미래의 모습

by 가득
by 신디북클럽



가득아. 안녕.


내가 누군지 알면 너는 깜짝 놀라겠지만 진정하고 들어. 나는 미래의 너란다.

너는 너의 사십 대를 상상도 할 수 없었잖아. 너의 미래에 그런 나이는 존재하지도 않을 것 같았잖아.

미래가 길고 어두운 터널처럼 암울하게 느껴지기만 했으니까.


근데 마흔도 훨씬 넘은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줄 아니? 너에게 이야기해 줄 생각을 하니 너무나 가슴이 설레. 뭐가 제일 궁금하니? 응?


아 남자친구? 그리고 남편?

크크. 나 말이야. 니가 너무 부러워하는 긴 연애를 했어. 그것도 5년 동안. 너무 좋아했던 남자친구랑 결혼도 했다. 남자친구가 결혼식 때 깜짝 노래도 불러줬어. 자기가 필요할 땐 언제든지 불러달라고. 낮에도 밤에도 언제든지 달려온다고 말이야. 얼마나 웃겼던지. 그리고 놀라지 마. 나 쌍둥이를 낳았어. 그것도 아들 쌍둥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혹시 남편 집안에 쌍둥이가 있었냐고? 아니. 이란성 쌍둥이니까 우리 조상 누군가가 있었나 봐. 놀랍지 않니? 웬일이야 쌍둥이. 게다가 얼마나 이쁜지 너 나중에 우리 애들 만나면 이뻐서 환장할걸. 앙. 어쩌지. 지금 빨리 보여주고 싶은데. 애교가 얼마나 많은지 아주 그냥 녹아버리겠다고. 제일 예쁠 때는 언제냐면 둘이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춤을 출 때야.


엄마는 씩씩하게 잘 지내고 계셔. 얼마나 바쁜지 전화할 때마다 바쁘니까 용건만 빨리 말하래. 엄마는 60세부터 수묵화를 배우더니 지금은 작가님으로 불리셔. 한 번씩 동네 이곳저곳에 엄마 그림이 붙기도 한다구. 탁구를 또 얼마나 잘 치는지 탁구 한번 쳐달라고 주위에서 서로 밥을 사주신다지 뭐야. 점심 약속이 꽉 차서 엄마랑 점심 먹으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해. 아빠는 좀 바뀌셨어. 좀 더 가정적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엄마랑 여전히 투닥투닥하시긴 하시지만 엄마가 얼마전 편찮으실 때 아빠가 밥을 끼니마다 다 해주셨대. 놀랍지 않아? 아빠는 스스로 건강도 잘 챙기시고 우리에게 별다른 걱정을 주지 않으시니 그것만으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얼마 전엔 약주를 하시고 기분이 엄청 좋으셨는지 껄껄껄 웃으며 이것저것 말씀을 길게 하시더라구. 조금 다정해지신 것도 같아. 그리고 원이는 사장님이 되었어. 어렸을 때 점쟁이들이 원이만 보면 나중에 사장된다고 하더니 진짜지 뭐야. 엄마가 중학교만 졸업하면 좋겠다고 걱정하던 아이가, 맨날 받아쓰기 빵점이었던 아이가 말이야. 사람일은 몰라. 공부가 인생에 전부도 아니더라고.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풉. 생각만 해도 웃겨. 나중에 이혼하게 될까 봐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던 거 알지? 근데 절대 이혼할 일은 없을 것 같아.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여하튼 지금 우리 부부는 사이가 꽤 좋거든. 그리고 약간 방향은 다르지만 니가 가고자 했던 길을 가고 있어. 내 마음에 따라 최고의 직업이 될 수 있기도 해. 상황에 맞춰 필요할 땐 일하고, 아이들이 걱정될 땐 쉴 수도 있거든. 가득아. 너는 니 생각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노력하는 사람이고, 꽤 부지런한 사람이지. 너를 인정해도 좋아.


그래서 내가 괜찮으냐고? 행복하냐고? 어쩌면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할 때인지도 모르겠어.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지내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말이야. 살다 보니 인생은 마냥 행복하기만 할 수도 없고, 마냥 불행하기만 하지도 않는 거더라. 삶의 고비들은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냥 작은 점들에 지나지 않더라구. 니가 지금 고민하는 모든 것들이 그 당시엔 전부인 것 같지만 지나고 나니 그렇게 진중하게 고뇌했던 것이 민망할 지경이기도 해.


그러니까 가득아.

그만 울자.

말했잖아. 다 괜찮아. 그러니 그만 뚝.


아마도 내 편지를 받고 살아가는 동안 "그 편지 사기 아니었어?" 생각할 정도로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가득아. 잊지 마. 너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단다.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어 내는 사람이야. 힘듦 안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너는 잘 이겨내 왔고, 아주 잘하고 있어.


나는 지금 이 순간도 너를 생각하며 미소를 가득 띠고 있단다. 어서 와. 두 팔 벌려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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