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나의 모든 시작을 믿어준다. 내가 무엇을 한다고 하든 일단 동의해 준다. 그게 무엇이 됐든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잘 해낼 거라 믿어준다.
간혹 궁금하기도 하다. 믿어주는 걸까. 그냥 관심이 없는 걸까. 그래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그냥 믿어주는 거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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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브런치스토리 30일 글쓰기가 드디어 내일 마지막이야.
ㅡ그럼 이제 글 아예 안 쓰는 거야?
아니. 더 쓰긴 하려고. 아 맞다. 오빠 나 대학생 된다~!
ㅡ잉?
이게 무슨 소리냐는 당황한 얼굴이다.
아. 오빠 미안. 내가 미리 얘기한다는 걸 깜빡했어. 나 사이버대학교 문창과 학사편입 신청했어. 다녀도 되지?
ㅡ뭐... 그래. 맘대로 해.
저지르고 통보하는 나다. 그리고 사이버대는 뭐 하는 데냐고 문창과를 이 나이에 왜 가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내 남편이다. 정말 멋지지 않나?
남편과 상의도 없이 전형료를 내버린 나. 정말 단순하게, 글쓰기를 배우면 재미있겠다는 생각 하나로 여러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마우스를 클릭클릭 해버렸다.
그리고 이제야 정신이 좀 드는 중이다. 독감으로 안방에 격리시켜 혼자 누워만 지내던 1호가 이제 살만해졌는지 아빠는 안된다고 엄마만 받아야 한다며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 매번 나를 호출하고, 멀쩡해 보이던 2호가 열이 올라 뜨거워진 얼굴로 "엄마, 나 괜찮아."를 잠꼬대로 반복하다 결국 독감 판정이 나고. 나도 슬슬 목이 간질간질 머리가 띵하니 어지럽고 기침이 나오기 시작하는 요 불안한 느낌적인 느낌. 의사에게 물어보니 심근염이나 폐렴이 급성으로 진행되면 위험할 수 있으니 남편은 전염이 되면 안 된다고 지금이라도 빨리 독감예방주사를 맞으라는데. 나 혼자 남편에게 병이 전파되지 않을 다양한 방법을 써보지만 본인의 몸에는 해맑게 관심 없는 남편을 보니 예전 내가 바쁘고 여유가 없을 때 미웠던 감정이 바빠지면 다시 생길까 겁이 나고.
또 과연 내가 일을 하게 되어도 육아와 함께 학업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글쓰기를 굳이 돈을 내고 시간을 퍼부어 배워야 하는 걸까 그걸 배워서 또 어따 써먹을까 하는 포기시키려는 내 다른 한켠의 마음이 속닥이고. 하지만 생년월일 태어난 시만 듣고 내 직업을 대번에 맞춘 직후 진작 글쓰기를 배웠으면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리는 작가가 되었을 거라며 이제라도 공부를 해보라던 김땡 철학관 선생님의 말씀이 쓸데없이 자꾸 생각나는 요요 아리까리하고 꼬리꼬리한 마음. 굳이 책을 내는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아니지만 정확히 내 마음을 어떻게 꼬집어 정리해서 표현했어야 하는 건지 대차게 까여보고 싶은 마음도. 기왕 재미를 붙인 마당에 한동안은 고걸로 삶의 낙이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 어린 생각도.
남편은 왜 날 쉽게 믿어서 생각 없이 마음대로 일을 저지르는 여자를 만든 건가 말도 안 되는 원망이 남편을 향하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믿어줬다는 고마움과 그냥 관심이 없는 건가의 의심이 왔다 갔다 판을 치고. 알고 보니 남편의 '알아서 해'는 '책임도 다 져'가 생략된 말 같아서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 이렇게 결국 또 한 번 비겁해졌다는 변명을 거하고 늘어놓고 있는 나인가.
어디 남편의 말을 다시 한번 들어봐야겠다.
나 정말 학교 가?
ㅡ내가 언제 자기 하는 거에 대해 반대한 적 있어? 해~
근데 왜 하라고 그래?
ㅡ응.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야.
내가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나를 믿어?
ㅡ어. 믿어. 한강작가 같은 작가가 돼. 할 수 있어.
그래. 남편은 나를 믿는 거다. 근데, 유튜브만 보지 말고, 한강 작가 책도 읽고, 내 글도 한번 읽어주고 그렇게 말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남편의 라이킷을 받으면 나는 즉시 하늘로 뾰옹 발사해 폭죽이 되어 터질 테다.
독감파티와 서른번째 글을 함께 하게 돼 아쉽지만 여하튼 마무리는 아름답게 하자.
고맙고 사랑한다 남편. 오래오래 함께 하자. 어쨌든 화이팅이다.
브런치스토리 30일 글쓰기 서른개의 좋은 주제들로 이렇게 저만의 브런치북 한권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주제가 어려웠지만, 제 삶을 깊고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시간을 좀 더 들여 썼어야했나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글에 마음을 꺼내놓으니 그 자리만큼 후련한 기분도 듭니다. 놀러와주셨던 작가님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꺼내놓으실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글을 발행할때마다 찾아와주셔서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셨던 마음들 정말 감사합니다.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