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5ㅡ내가 쉼을 느끼는 순간

by 가득
by 신디북클럽



껍데기를 벗어내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습한 열기가 훅 느껴진다. 물을 튼다. 쏴아. 몸을 씻고 주위를 둘러본다. 온탕. 열탕. 히노끼탕. 냉탕. 어디부터 들어갈까나.


몸을 담근다. 으어어어.. 다리부터 녹아내리는 느낌이 든다. 전생에 인어였으려나. 물이 참 좋다. 물고기로 태어날 것 그랬지. 그럼 저 바닷속을 마구 헤엄쳐 맘껏 돌아다녔을 텐데. ㅡ엄마. 물고기로 사는 게 얼마나 고달픈데. 사람한테도 잡아먹히지. 다른 큰 물고기한테도 잡아먹히지. 저 아래 깊숙이 도망쳐 들어갔다간 아귀한테도 먹힌다고. 어느새 자라나 아빠와 남탕에 들어간 1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지하철 안에 있는 시간이 유일하게 쉼을 느끼는 때 인 적도 있었다. 아무 할 일이 없이 그저 목적지까지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 곳. 아이들을 낳은 후 불가능하게 느껴지던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는 곳. 핸드폰을 마음껏 볼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 출퇴근 왕복 네 시간은 꿈같은 쉼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찜질방을 찾지 못했다. 3년 갈 수도 있다는 초창기 소문에 설마설마했었다. 길어봐야 6개월 아닐까. 그런데 정말 종식까지 3년이 걸렸다. 코로나 종식 이후 처음으로 찜질방에 방문했고, 훌쩍 큰 아이들은 찜질을 즐길 줄 알았다. 아이들과 곧 다시 오자고 약속했지만, 내내 학교는 독감, 폐렴, 그리고 백일해가 유행이었다. 주춤했던 코로나도 더해졌다. 6월 즈음에는 한 반에 8명만 출석했던 경우까지 생겼다. 마스크를 쓰고 등교할 것을 권하는 문구가 매일 알림장에 올라왔다. 조심하자 하다가 어느새 일 년이 가는 중이었다. 아이들은 언제 찜질방을 가냐며 연신 졸라댔다. 찜질방은 아이들에게도 쉼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던 모양이다.


오랜만에 보는 찜질복으로 갈아입는다. 남편과 아이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오지 않는다. 늦게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잡고 먼저 황토방으로 들어간다. 아윽. 따땃하다. 방에 들어앉아 뜨끈한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있으니 살 것 같다. 땀이 주르륵 흐르니 시원한 느낌이 든다. 욱신거리던 다리에 기분 좋은 마사지를 받는 기분이다. 몸이 나른 나른해진다. 차가운 식혜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온몸 곳곳을 달디단 차가움이 누빈다. 그냥 누워 쉬는 게 목적인 이곳에선 그냥 잘 쉬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이 마음 편하다. 그래 이게 행복이지. 찜질방에만 오면 나도 모르게 되뇌는 말. 행복이 뭐 별건가. 이게 행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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