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프란츠 카프카 [변신, 카프카 단편선]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꺠어나서 침대에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이 거대한 벌레로 변신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장갑차 같은 딱딱한 등을 대고, 머리를 조금 들어 올리자 불룩하게 나온 화살 모양의 뻣뻣하게 갈라진 갈색 배를 볼 수 있었다. 이불은 불룩 튀어 나온 배 위에서 더 이상 그를 덮어주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려올 듯했다. 그의 다른 부위의 크기와 비교했을 때, 수많은 빈약한 다리들이 그의 눈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바둥거렸다.
그러면 도대체 그녀(여동생)는 왜 울지? 그가 일어나지 않고 지배인을 안으로 들이지 않기 때문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사장이 부모님에게 빚을 갚으라고 재촉하게 될까 봐? 하지만 그건 당장은 불필요한 걱정들이었다. 아직 그레고르는 여기에 있고 그의 가족을 포기할 생각을 조금도 해 보지 않았따. 그는 잠시 양탄자 위에 누워 있을 뿐이고, 그의 상태를 어느 누구라도 알았다면 지배인에게 들어오라고 진심으로 요청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쉽게 변명을 할 수 있는 이러한 사소한 문제 때문에 그레고르는 당장 해고되지는 않을 것이다. 울고 설득하면서 그를 방해하는 대신에 지금은 조용히 내버려두는 것이 훨씬 더 이성적일 듯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어중간한 모습이 다른 이들을 괴롭히고 그들의 행동을 합리화시켜 주었다.
가족들이 본질적으로 집을 바꾸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아마도 전체 친척과 친지들 사이에서 어느 누구도 겪어 보지 않은 불행을 자신들이 겪고 있다는 생각으로 희망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가족들은 최대한 충족시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직책이 낮은 은행원에게 아침 식사를 받아 왔으며, 어머니는 낯선 이들의 빨래를 하면서 희생하였으며, 여동생은 사무용 책상 뒤에서 고객의 요구 사항을 좇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하지만 가족들의 능력은 거기까지였다.
"사랑하는 부모님." 동생이 말했는데 말을 시작하기 위해서 손으로 식탁을 쳤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혹시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다면 제가 간파하고 있어요. 저는 이 괴물을 오빠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요. 그렇기에 오로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이것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이 괴물을 돌보고 참아 오면서 인간으로서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느 누구도 조금이라도 우리를 비난할 수 없어요."
"그러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해요." 여동생은 소리쳤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에요, 아빠. 아빠도 이것이 그레고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셔야만 해요.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믿었다는 것은 물론 우리의 불행이에요.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것이 그레고르일 수가 있나요? 그가 그레고르라면, 그와 같은 괴물과 인간이 함께 산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스스로 나갔을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에겐 오빠가 없지만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고 그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하지만 이 괴물은 이렇게 우리를 압박하고 신사들을 쫓아내고 집 전체를 차지하고서는, 우리를 골목길에서 자게 하려는 것이 분명해요. 보세요, 아버지." 그녀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다음 그렇게 셋은 모두 함께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그들은 시내로 전차를 타고 갔다. 이러한 외출은 세 달 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만이 앉아 있었던 차 안으로 따뜻한 햇살이 비쳤다. 그들은 의자에 편안하게 뒤로 기대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얘기했다. 각자 좀 더 자세히 생각해 봤을 때, 그들의 앞날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셋 다 모두 직장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 서로 본질적으로 그 직장이 괜찮은지, 특히 앞으로 유망한 직업이 될 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아직 하지 않았다. 현재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당연히 집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제 그들은 그레고르 구했던 지금의 집보다 더 작고 싸지만, 좀 더 형편에 맞고 실용적인 집을 구할 생각이었다. 그들이 대화를 하는 동안 잠자 씨와 잠자 부인은 점점 생기가 도는 딸을 보면서, 지난 시간 동안에 그녀를 창백하게 만들었던 모든 근심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아주 예쁘고 화사한 여성으로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침묵하면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바라만 봐도 알겠다는 듯이, 그들은 이제 이 아이를 위해 착실한 남자를 찾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딸이 제일 먼저 일어나서 그녀의 젊은 몸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끔이자 멋진 계획에 대한 확인과도 같았다.
카프카의 작품을 표현주의로 분류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당시의 표현주의적 요소들이 그의 작품에 녹아 있다. 그는 당대의 사회적 그리고 실존적 주제를 다루었는데 예를 들면 부자간의 갈등, 정체성 상실과 같은 것들이다. 카프카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시도를 계속했는데 이는 작품 창작을 통해 이루어졌다. 막스 브로트에 의하면 그와 카프카는 밤새 표현주의자인 니체의 작품을 읽고 토론을 한 적이 많았다. 또한 카프카는 표현주의 심리학자인 프로이트에 관심이 많았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했으며 심리학 책도 많이 읽었다. 그러하기에 그는 의도적으로 불행, 우울함 그리고 결핍과 같은 심리학적인 사례를 작품 속에 쏟아내었다고 한다.
<변신>에 등장하는 그레고르가 아침에 창밖을 바라보면서 "벌써 7시인데 아직 안개가 이렇게 끼어 있다니."라고 하는 것처럼 카프카의 작품은 안개가 뿌옇게 낀 듯하다. 꿈과 같은 이야기의 틀 안에서 너무나도 적나라한 현실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권위적이고 비정한 직장생활, 부자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억압구조, 가족의 경제적 의존관계 및 서열구조 등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드러나 있지만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소설의 틀이 갖추어졌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의 상징성은 현대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사람이 어느 날 몹쓸 병에 걸렸거나, 실직을 하거나 사업에 실패함으로 인해 경제적 능력을 상실하게 된 순간, 가족 내에서의 위치는 벌레만도 못한 처지가 된다. 결국 물질적 가치가 인간의 존엄성을 뛰어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을 모방하면서 겉은 원숭이지만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원숭이는 결국 원숭이 부류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인간사회에도 속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원숭이가 말을 하고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인간들의 모든 행동을 거의 따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열광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으로 인정해주지는 않는다. 자유를 제한하면서 출구를 찾았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건 또 다른 구속과 정체되어 있는 삶이다. 카프카는 이 원숭이를 통해 프라하의 거리에서 이리저리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자신의 모습을 말하고자 했다. 모든 시간을 글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었고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글쓰기에 몰입한 그였지만 결국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적인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인간이 되려고 했던 원숭이에 비유한 것이다.
결국 그는 독자들에게 태어나자마자 주어진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적응하면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느냐, 아니면 그것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꿈에 도전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숙제로 남겼다. 속박 받지 않는 진정한 자유와 출구는 어떤 것이지를 고민하게 하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