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첫 만남은 꽤나 순조로웠을지 모른다.
물론 그날이 계엄령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떨지 말자고.
급하게 다가가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 채로
아무렇지 않은 척 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레
'우리'라는 단어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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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디서 공부해?"
"음 아마 도서관 갈 듯?"
"그럼 같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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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너와 사석에서 처음 만나
종강하고 서울을 올라오는 12월 23일까지
단 하루도 널 만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수업, 저녁, 도서관, 카페.
그리고 집을 데려다주는 그 순간의 순간마저도.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고
이젠 일상에 없으면 허전한 사이가 되었다.
함께 있을 땐 시험 기간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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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렇게 행복해도 돼?"
친구에게 물었다.
"지금의 행복이 언젠간 사라질 행복이란 걸 알아서
너무 슬퍼.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
그녀와 가까워질수록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만 커지는 것이 아니었다.
좋은 사람을 잃을 것 같은 슬픔,
'우리'라는 단어에서 멀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 또한
걷잡을 수 없이 함께 커져만 갔다.
그렇게 우리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너는 내가 몇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스쳐 갔지만
찾지 못했던 사람이었고.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한 순간에 알아본
나의 사람이었다.
그렇다.
내가 알아본
'400명 중 단 한 사람.'
그렇게 나의 대학교 1학년은 너와 함께 끝이 났다.
종강을 하고 서울을 향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에 사는 친구와 함께 내 차를 타고 본가로 향했다.
친구를 집에 데려다준 뒤
우리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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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너 자면 수윤오빠한테 전화를 해도 될까?"
"괜찮을 것 같은데. 오빠가 일찍 자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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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다음 장으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