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도착한 날부터 열흘동안
우리는 매일 2시간 이상씩 통화를 했다.
물론 서울로 올라온 당일
통화한 시간은 무려 3시간이 넘는다.
운전의 피로함은 저 구름 사이로
날아가 버렸나 보다.
"00 좋아하는 사람들 잘 챙겨줘."
00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나에겐
술을 마셨기에 더 진심이 담긴
너의 말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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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우리의 대화는 달달해져 갔다.
인스타그램 돋보기에 나와있는
연애할 때 MBTI별 행동, 연인끼리 하는 밸런스게임 등으로
우리의 통화는 가득 채워졌다.
MBTI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그 순간만큼은 MBTI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내 이름을 부르고
'설렜어?'라며 건네는 말 한마디.
(너라면 안 설레겠냐)
같이 여행 가서 놀고 싶다며
별을 보자는 약속으로
우리는 조금씩 미래를 그려 갔다.
멀리서만 지켜보던 나에겐 정말이지.
닿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그녀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
'기적'이라는 단어는
정말 아껴 써야 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그 '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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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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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뭐가 잘못된 걸까.
우리의 통화는 자연스레 끝이 났고
너는 나의 연락 역시 읽지 않았다.
매일 아르바이트 출근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너와 나눈 대화를 돌아보는 일.
카톡방에 들어가 네가 카톡을 읽었는지 확인하는 일.
그러고 나서는
"아 내 착각이었나. 뭘 기대한 거지."
나의 감정으로부터 온 착각을 받아들이는 것.
연락이 되지 않는 너.
잠깐의 대화조차 차가워진 너.
카카오톡의 '1'이 사라지길 빌었다.
인스타그램의 '읽지 않음'이 '읽음'으로 바뀌길 빌었다.
정말 빌고 또 빌었지만
상황은 그대로였고
이유도 모른 채
우리는 멀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