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차를 우려 잣잔에 따르다 보면, 가끔 재미있는 소리가 날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 '쪼르르륵' 하는 물소리가 나지만,
가끔 어쩌다가는 '또로랑' 하고 물소리가 아닌, 명확하게 음이 느껴지는
청아한 소리를 내며 찻잔으로 떨궈져 들어갈 때가 있다.
나는 이 소리가 정말 좋아한다.
어쩌다가 방울진 찻방울이 찻잔의 바닥을 차고 올라 찻잔의 벽을 치며
내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한 때 일부러 그 소리를 내보려,
무리하게 높이 손을 들어 따라보기도 하고, 빠르고 세차게 따라보기도 했는데,
여기저기 물만 잔뜩 튀길 뿐, 그 소리가 잘 나진 않아서
그만뒀다.
또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그 소리를 따라 낼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가끔 우연하게 나와, 기분 좋게 들리던 그 '또로랑' 소리
역시 그저 일상이 되어, 금세 재미 없어지고 말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 소리를 부러 흉내 내는 일을
그만뒀다.
우연은 우연인 채로 남겨 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단지 여전히 나는 차를 따르며 '또로랑'소리가 나길 기대한다.
우연을 기대하는 일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 기적을 바라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하지만 이 정도 소소한 우연은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살면서 참 많은 우연을 가장한 기적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 알지만,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소망들...
여전히 그런 소소한 우연과 기적을 소망하고, 기대하며 살아간다.
그런 우연이 또 기적이 아주 가끔이라도 내 삶에 허락되기를 소망하고 또 기대한다.
'또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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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이번 주에도 로또를 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