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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May 08. 2024

그 시절, 그 홍콩으로...(전편)

10 영화 <중경삼림> 감상문


부디, 나를 그 시절 홍콩의 밤으로 대려다 주오.


나는 홍콩을 아직 가본 적이 없다. 또한 앞으로도 그다지 가 볼 계획은 없다.

왜냐면 내가 가보고 싶은 홍콩은 이미 30년이 지나버린 90년대의 홍콩이기 때문일 것이다.

90년대, 중국으로 반환되기 이전의 홍콩, 그 과도기 적이고 세기말 적인 분위기를 좋아했다.

이렇게 그 시절 가본 적도 없는 홍콩을 그리워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나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이 영화 <중경삼림>을 보고 나와 같은 감정을 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영화 <중경삼림>은 두 가지 이야기로 엮여 있는 옴니버스식 구성의 영화이다.

'왕가위'감독은 옴니버스식 구성을 자주 사용하는 감독이며, 그가 만든 수많은 명작들이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단연코 그의 영화 중 <중경삼림>이 최고라고 말할 것이다.


<1>  마약상 '금발의 여인'과 경찰 '하지무'의 하룻밤의 추억.


5월 1일, 그날은 하지무(금성무)의 생일 이자, 연인과 헤어진 지 한 달째 되는 날이다.

하지무는 유통기한이 '5월 1일'로 찍힌 파인애플 통조림을 틈틈이 사 모으고 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이런 통조림을 모으면 왠지 전 연인이 돌아올 것만 같은 생각과 더불어, 한 달 동안 그녀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깨끗하게 잊을 생각이었다.


마약상인 금발의 여인(임청하) 그녀는 오늘 여러 사람을 고용해 마약을 해외로 밀반입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는 듯했으나, 공항에 도착했을 때, 운반책들로 고용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졸지에 그녀는 마약조직에게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무는 결국 한 달 동안 연락이 오지 않은 옛 연인을 원망하며, 전화부를 뒤적여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을 찾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결국 '하지무'는 홀로 술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술집에 처음 들어오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겠노라고 다짐한다.

금발의 여인은 마약조직에게 쫓기며, 지친 몸을 이끌고 하지무가 있는 술집을 향한다.


그렇게 술집에 처음 들어오는 손님이 된 '금발의 여인'.

하지무와 '금발의 여인'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합석을 하게 되었고, 술잔을 기울이던 그들,

결국 '금발의 여인'이 취하고, 그렇게 하지무는 취한 그녀를 엎고 호텔로 향하게 된다.

그녀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뻗어버렸고, 하지무는 그녀의 옷가지를 정리해 주는 한편,

호텔방에서 티브이를 보며 룸서비스를 시켜 이것저것 먹고는 호텔방을 나선다.


그렇게 그가 향한 곳은 운동장. 하지무는 런닝을 하며 더 이상 자신을 찾을 사람을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신의 호출기(삐삐)를 버려두고 떠나려는 순간 금발의 여인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가 도착한다.

그리고는 '하지무'는 조용히 홀로 이렇게 읊조린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일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다'

며 자신은 아마 평생 그녀와의 짧은 하룻밤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그리고 금발의 여인은 어느 뒷골목에서 총으로 누군가를 살해하고는, 뒤돌아 서며, 

금발의 가발을 벗어던지고는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첫 번째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참으로 하드보일드 한 장면이다.)

-

-

조금 난해하고, 아리송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그 시절 '왕가위' 감독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 <중경삼림>은 그 당시, 그 시절 홍콩의 상황을 조금 생각해 보면 재미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은 영국에게 홍콩을 99년간 임대해 주는 조약을 맺게 된다. 그렇게 홍콩은 

영국령이 되었고, 영원할 것 같던 99년의 시간은 흘러 홍콩의 반환일이 불가 몇 년 남지 않은 상황.

(반환 해는 1997년이고, <중경삼림>아 개봉한 해는 1994년이다.)


하지무가 얘기하는 통조림은 아마 홍콩을 뜻한다고 나는 생각하며, 금발의 여인은 영국이라고, 또

헤어진 연인을 중국이라고 생각하면 제법 재미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룻밤 만난 여인과의 추억,

그리고 떠나간 연인에 대한 야속함과 또, 돌아올 연인에 대한 기대라고 생각해 보면,

아마도 결국 하지무는 헤어진 전 연인과 다시 만나지 않았을까?


금발의 여인(임청하).

동양인이면서 금발의 가발을 쓰고 빨간 태의 선글라스에 레인 코트를 입은 여인.

그 여인 역시 홍콩을 비유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양인이지만 어딘가 동양인스럽지 않은 행색.

끝으로 금발의 가발을 벗어던지는 장면까지... 아주 훌륭한 비유이며 은유이다.


개인적으로 이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금발의 여인이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을 고용해

마약 밀반입을 준비하는 일사불란한 과정이 그려지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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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라 정신없이 쓰다보니 얘기가 너무 길어진것 같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다음주에 다시 얘기하기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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