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책 <눈먼 자들의 도시> 감상문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라고 한다면 나는 가장 먼저 '좀비물'을 떠올릴 것 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전 세계가 감염되어 인류의 종말이 가까워진, 황폐하고 삭막하게 변한 세계.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을 그린 드라마 이거나, 혹은 생존위한 액션 활극 일 수도,
어쩌면 잔인무도한 슬레셔 무비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포스트 아포칼립스'장르는 다소 예상되는 뻔한 소재에 뻔한 클리셰로 범벅된 작품이 많지만,
그만큼 언제 봐도 기본적인 재미가 보장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얘기할 작품은 다소 신선한 소재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눈먼 자들의 도시'이다.
본 작품은 원작소설의 영화도 존재하지만, 꼭! 책으로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다.
내 기준으로 '눈먼 자들의 도시' 영화는 정말 별로다. 많은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그렇지만,
특히 이 '눈먼 자들의 도시' 영화는 손꼽힐 정도로 별로다. 이 영화가 뭐가 별로인지
서술하려다가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별로'다 정도로 줄이도록 하겠다.
이 작품 '눈먼 자들의 도시' 제목만 봤을 때는 뭔가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제목 일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본 작품의 내용은 정말 눈먼 자들의 도시 혹은 사회를 얘기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시야가 하얗게되어 실명하게되는 바이러스가 퍼져 사람들이 모두 실명해 가는 가운데,
주인공만이 바이러스에 감염 되지 않고, 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앞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격리 시설이나 나아가 도시에서 자신의 가족과 친구를 지키면서 생존해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기타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흔히 나오는 좀비 바이러스나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아닌, 단순하게 시력 만을 앗아가는 바이러스.
어떻게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더 이상 타인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왔을 때,
인간이 얼마만큼 추악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지, 법은 물론이요, 도덕, 아주 기본적인 공중예절까지
모든 것이 무너지는 모습을 정말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사실 '포스트 아포칼립스'장르로 분류되진 않는다.
아마 자세히 따지자면 '재난'정도로 분류되는 작품이 맞을 것이다.
결말 부분 '장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면서, 눈먼 사람들이 하나 둘 시력을 되찾으며,
이야기는 끝이 나기 때문에 빠르던 늦던 사회는 예전 모습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류가 멸망한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와는 다를 것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후속작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 간략하게 그려진다. 참고로 '눈뜬 자들의 도시'는
시간적 후속작이지만 본 작품과의 연관성은 거의 없는 독립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질병과 함께 순식간에 무너지는 사회적 통념이나, 도덕적 관념들,
반면 생존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인권이 유린당하는 현장.
여러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작품 내의 상황 속에 몰입하여 참 많이 흥분(격분)하며 읽었던 것 같다.
재미와 별개로 읽는 사람에 따라 감정적으로 좀 피로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