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나는 여러 물건들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중 특히 오래된 장난감들을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고전 장난감들의 가치는 디자인 적인 혹은 인테리어적 요소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오래된 제품이어야 그 가치가 높다.
특히 이런 고전 장난감들의 판매처들에서는 'pre war(2차 세계대전 이전)'라는
카테고리를 별도로 관리할 정도로 오래된 제품의 수요와 소장 가치는
고전 장난감을 수집하는 사람사이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때가 있다.
이런 고전풍의 장난감들은 여전히 나와 같은 수집가들 위해
최근에도 종종 생산되며, 근래에 생산된 제품들은 특별한 컬라버레이션 제품
혹은 무엇인가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 적으로 제작된 물건이 아닌 이상,
그 가치가 그리 높지는 않다.
반대로 말하자면 디자인적인 매력과
특정 컬라버레이션 혹은 특정 문화에 관련된(보통 만화나 영화이다.)
제품에 오래되기까지 한다면, 가치는 상상을 뛰어넘을 때가 있으며,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가치를 부여받게 되는 물건들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종종 옥션 같은 예술품을 경매하는 곳에서도
특별전을 열 정도로 예술적으로도 제법 가치를 인정받는 수집품이지만,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수집을 하고 있는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물론 내가 가진 수집품 중 그렇게 까지 천문학 적인 가치를 띄는 제품은 없지만,
다소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가치를 부여받은 제품들은 종종 있다.
그렇기에 나는 잘 모르는 누군가가 내 방을 방문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단순하게 현제 소장 중인 전시 제품들을 멋대로 손댈까 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만져도 딱히 상관은 없다.
애당초 고전 제품은 이미 타인의 손을 탈 만큼 탄 제품들이 많다.
몇 명 정도 더 만진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다.
그렇다면, 내가 진짜로 잘 모르는 누군가의 방문을 꺼리는 이유는...
"이런 건 얼마야?"
"이거 팔면 얼마야?"
바로 나의 수집품의 가치에 대한 질문이다.
물론 시작은 악의 없는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비롯된 질문이겠지만,
그 질문은 금세 변질되어 무지를 가장한 악의를 띄기 시작해,
이윽고 날카롭게 찌르며, 나의 신경을 긁기 시작한다.
"이걸 그 돈 주고 왜 산 거야?"
"돈 아까워, 그 돈이면..."
"가격이 많이 올랐어?"
"팔아서 맛있는 거 사 먹자!"
말해줘도 이해도 못할 것이며,
그 가치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하는 것도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나 역시 이해나 납득을 바라지 않는다.
이런 무례한 질문들로 사람의 신경을 긁느니,
때로는 침묵과 무관심이 훨씬 배려있고, 사려 깊게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보잘것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둘 도 없는 보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중심적인, 섣부른 판단은 그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치를 모르는 이들의 말들을 나 역시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나 역시 가치를 모르는 다른 분야에 대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부디 말로 옮기지 말고, 생각에서 멈춰줬으면 좋겠다.
현제 소장 중인 소장품이 어떠한 이유로 인해, 그 가치가 올라간다거나
가치가 높은 물건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취미는 즐기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유희로써 그쳐야지, 그 가치의 등락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결국에는 가치를 신경 쓰느라 나의 취향이 아닌 가치에 치중된
수집을 하게 되고 말며, 결국에는 주식시장 보듯 중고 거래사이트에서
자신의 소장품의 가치를 검색하는 일이 일상, 일과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런 것은 더 이상 취미라고 할 수 없다.
취미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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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Pawn Stars(전당포 사나이들)'라는 TV프로그램을 굉장히 좋아한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시청해 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정말 별별 물건들이 많이 출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