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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 어쩌면 우량주였을, 만학도

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by 차준생


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싫어했다.

세상에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겠냐 만은,

학원을 자주 빠지고 놀러만 다니는 나를 위해

부모님께서 방과 후 교문 앞까지 셔틀을 운행하는 학원을 보냈음에도

어떻게든 도망갈 궁리만 하던 나는 공부를 참으로 유별나게 싫어하는 학생이었다.


그런 내게도 성인이 된 후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던 분야가 생겼으나,

이런 학창 시절의 전래 때문에 한 참을 망설였었다.

괜한 학원비와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제법 긴 고민 끝에 돈을 날리던 시간을 날리던

일단 해 보고 후회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공부하면 치를 떨던 내가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

그것도 타의가 아닌 자의로, 즉 나 스스로 자처하여

또다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그리고 숱한 과제들에 시달리며

주말까지 고스란히 반납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공부하기를 싫어했으면서 말이다.


그럼 왜 지금은 예전처럼 도망치지 않는 걸까?

지금은 성적이 나쁘다고 하더라도, 설사 결석을 하더라도

그 누구도 잔소리하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나는 그 옛날 학창 시절 때 보다 더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철이 들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해 봤지만,

역시, 그건 아닐 것 같다.


아마도 가장 큰 부분은 돈일 것이다.

학창 시절 모든 배움의 비용은 부모님의 지출이자 투자였다면,

지금은 나의 지출이자 투자가 되었다.


"내 돈!"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학창 시절 줄기차게 학원을 빠지고

도망 다니던 나를 보며 부모님께서는 얼마나

돈이 아까웠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가져본다.


그럼에도 나를 어떻게든 학원에 보내셨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어머니는 투자 안목이 별로였던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나라는 투자종목은 그 당시 그다지 유망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특별한 이슈없이, 별 탈 없이 여태껏 살고 있으니,

무엇보다 안전성을 위주로 생각해 보자면

어쩌면, 나는 나름 우량주였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의 투자 전략이 안정성이었다면,

나름 적중한 투자일 지도...


'크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오르긴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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