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차를 자주 마시다 보면, 생각보다 찻잔이나 차 주전자 같은
다기들이 물때로 쉬이 얼룩지고는 한다.
물론 설거지를 할 때 수세미로 박박 긁어 닦지만, 한계가 있다.
손이 안 닿는 곳도, 눈에 잘 띄지 않던 곳도 있다 보니
어느 순간 거뭇거뭇 얼룩진 부분이 조금씩 짙어지더니
결국 눈에 띄어 버리고는 한다.
그전에는 그곳이 검게 얼룩진 것도 모르고
잘도 마셨으면서, 눈에 띄기 시작한 후로는 자꾸 눈이 그곳으로 가고
자꾸 신경이 쓰이게 된다. 본래 신경도 안 쓰던 부분이었으면서...
그렇게 며칠은 못 본 척 그냥 하던 데로 차를 마시지만,
결국 한번 눈에 띈 얼룩은 결코 잊히지 않고 꾸준히 거슬리기에,
어느 날이 고는 날을 잡고, 얼룩을 벗겨내기에 이른다.
사람은 모든 면이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선하다면 그것은 선한 혹은 좋은 사람일 것이고,
대체로 악하다면 그것은 악한 혹은 나쁜 사람일 것이다.
물론 굴지의 기적과도 같은 성인군자도 존재하겠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기는? 그릇은? 식기는?
대체로 깨끗하다고 한들 작은 얼룩이 보인다면,
그것은 설거지를 다시 해야 하는 더러운 그릇이다.
그렇다면, 대체로 얼룩진 더러운 그릇은?
당연히 논할 것도 없이, 더러운 그릇이다.
대체로 깨끗하거나 대체로 얼룩지거나 상관없이 그저 더러운 그릇이다.
만약 이렇게 그릇이나 다기들의 기준으로 사람을 보게 된다면
우리는 모두 악하고, 나쁘고, 더러운 사람인 걸까?
대체로 좋은 사람도, 대체로 나쁜 사람도 모두 더러운 사람인 걸까?
내 머릿속에 떠오른 나의 생각이지만, 스스로도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설사 모두가 다 같은 더럽고 나쁜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은 대체로 좋은 사람들일 것이라 생각하고 믿는다.
또 그러길, 그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어느 늦은 밤 나는 차를 마시는 동안,
다기 구석에 숨은 얼룩들을 손톱으로 긁어내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