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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찻잎을 퍼먹을 순 없으니,

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by 차준생


차는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 형태도 참으로 다양하다.

가장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티백 형태부터 찻잎을

뭉쳐 건조한 편의 형태, 잎 형태 그대로 건조한 잎차 등등

아마도 여전히 내가 접하지 못한 다양한 형태의 차가

이 세상에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다양한 형태만큼이나 형태에 맞는 적합한 우리는 방식이 있을 테지만,

방법적인 부분은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리라 생각했고,

개완이나 표일배(공표배) 혹은 차주전자만 있다면, 어떠한 차도

마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또 지금까지 어떤 형태이든 큰 무리 없이

차를 우리고 마시며, 차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얼마 전 까지는 말이다.


나는 보이차를 즐겨마시며, 그중 흑차/숙차를 가장 좋아한다.

물론 좋아하는 만큼 자주 또 즐겨 마신다.

그렇게 소장 중이던 숙차를 전부 다 마셨고,

얼마 전 그렇게 새로이 숙차를 장만하게 되었다.

기존에 나는 주로 찻잎이 뭉쳐진 둥근 '편'의 형태의 차를 즐겨 마셨지만,

이번에는 찻잎의 형태로 된 숙차를 장만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건조된 찻잎형태의 차를 마셔보지 않은 것도 아닌지라,

별생각 없이 장만을 했는데, 이번에 장만한 숙차는

노지차로 찻잎의 크기가 조금 과정 해보자면,

찻잎이라고 하기보다는 과립에 가까울 만큼 작았고,

그 알갱이(!?)가 얼마나 작은지, 내가 가진 표일배의 거름망의

구멍보다도 작아, 우리는 내내 찻잎이 모두

표일배의 거름망을 빠져나와 버렸다.


다행히도 별도의 거름망을 가지고 있어 망정이지,

그마저도 없었다면, 차를 마시는 동안 아마도

찻잎을 적어도 한 숟가락은 퍼먹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찻잎 좀 먹는다고 크게 문제 될 건 없겠지만,

그 이물감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이렇게 거름망을 사용했음에도,

미처 걸러지지 않은 찻잎들도 평소보다 많으며,

그만큼 평소보다 많은 양의 찻잎을 먹게 된 것도 사실이며,

그만큼 유쾌하지 못한 그 이물감을 왕왕 경험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찻잎이 자잘한 만큼 다기나 도구

여기저기 끼어들어가, 설거지도 여간 귀찮게 된 것이 아니다.

어떻게든 뭔가 다른 방법을 간구해야 될 것 같다.


'드디어 새로운 다기를 장만할 때가 되었나?'


덕분에 요즘 나는 다기/다도구 판매 사이트를 열심히 구경하고 있다.

언제나 새로이 무엇인가를 장만하는 일은 설레고 즐겁다.

절대 새로운 다기를 구매하기 위한 이유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항이며, 또 합리적인 구매활동인 것이다.


'룰룰루~ 어떤 다기를 새로이 구매해 볼까나?'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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