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달달한 상상이나 해볼까. 상상인지 회상인지 모를 이야기를 해볼까.
봄은 늦었고 여름은 이른 석류꽃이 피는 오월이야. 나는 사람이 많은 곳은 좋아하지 않고 혼자서도 잘 놀아서 애인도 말이 적은 사람만 만나. 언제나 놀라지 않는 그가 눈이 커질 만한 일을 궁리하는 건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지. 어디든 떠날까? 그래. 어디로 갈까? 어디든. 하는 의미 없는 스무고개가 좋아. 바다보다는 산이 좋겠다. 산에 숨어서 서로의 손을 맞잡기가 좋겠다. 애인과 나는 멀지 않은 산으로 숙소를 잡아. 산에 있는 숙소는 가끔 벌레가 들어오지만 괜찮지. 애인은 무엇이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툭 하고 잡아주거든. 낮은 산은 주변을 걷기가 좋고 숨이 가빠 심장이 뛰면 당신 때문인가 한 백두번째로 반하지. 산은 해가 지면 어두우니 마당에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 먹기 좋아. 당신이 고기를 구우며 볼이 익어가는 것을 내가 보기도 좋겠다. 그렇게 나를 보면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처럼 당신이 늘 붉어지면 더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