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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남아있어도 괜찮아요

by 송유성

이를 아주 열심히 닦았는데도 치실을 쓰면 또 무언가가 나온다. 틈이 있다는 건 그런 건가 싶다. 닦아도 다 닦이지 않는 건가 싶다. 하물며 마음은 더 하다.

누군가에게 반하는 건 특기고 잊는 건 취약하다. 나는 금이 많이 가져있어서 금 간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자꾸 붙여주고 싶어서 탈이다. 열심히 닦아내도 돌아보면 당신이 또 나온다. 보내고 나서도 나는 한참을 앓는다. 다 붙여주지 못하고 보내서 떠난 사람의 갈 길이 여전히 걱정이다.

다 잊었다는 말 어떻게 하는 거지 싶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건네준 강아지를 잠시만 안아도 따뜻함이 손에 남는 데 사람을 어떻게 잊나. 그리 빨리 잊지 않아도 괜찮은데 숙제처럼 이별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나는 오래 씹어야 단맛이 나오는 사탕수수처럼 이별을 하고 싶다. 여전히 씹고 있는 이별도 있어서 늘 나는 단내가 난다.

가장 쓰다고 생각하는 것에 조금 머물러볼까. 쓴맛도 잘 느끼면 미식가가 되어 무엇이든 달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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