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루를 세는 일은 잊어먹는 편이 나아요

by 송유성

사과를 깎는 손가락을 생각하다가 문득

벗겨지는 모든 것은 하얘지는 것 같아요

안녕이라는 말을 들은 모든 얼굴도 얇게 썰려갑니다

농담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괄호 열고 농담. 하고 괄호 닫고 시작해 주세요

나는 당신이 문을 닫는 일에도 가슴을 쓸어내리거든요

옥수수밭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고백하고요

앞니가 벌어진 아이처럼 엉엉 울어요

틈에서 나는 소리는 언제나 더 맑게 흐르고요

손가락은 무언가를 잘 쥐기 위한 발전이라면

마음은 동그란가요

매끄럽다 정말, 어쩔 수가 없네요

조금 알고 나니까 더 어지럽고요

영영 몰라서 옆 반 남자애를 사랑한다고 외친 것이

살면서 두 번은 없을 진심이에요

애인은 건강염려증이 있어 열심히 운동은 하고요

장수 같은 걸 하고 싶어서 나를 떠나요

버스 전광판이 없어도 엄만 버스를 잘만 탔는데

나는 엄마 나이가 되어도

한 사람의 노선도 모르겠어요

금요일에서 가장 먼 그리움을 먹고요

연말에는 파티 대신 당신 상영회나 할래요

날것으로 먹어야 맛있는 생선은 늘 비싸고요

사람은 살아있어서

싯가라고 비싸게 받지요

keyword
월, 수, 금, 일 연재
이전 18화당신을 낳기로 결심한 역사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