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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by 송유성

당신이 태어난 날이 다가옵니다.

당신의 생일을 챙겨주고 싶어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생일 같은 것 챙기지 않는다고 말한 당신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어요.

태어난 날을 함께 축하하고 앞으로도 행복하길 축복해 주는 일,

그런 것을 함께하면서 설레기도 하고 의미를 부여해 보고 훗날 빌어도 본 소원이 이루어지면 바로 그 순간이 생일의 마법이 효과를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당신이 살면서 한 번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생일을 함께 축하하고 제대로 된 생일상을 받고 당신이 쑥스러워서 싫어하는 초도 불어보길 바랐습니다.


제가 당신 삶에 다가와 많이 힘들게 하고 다치게도 했을 줄을 압니다. 그래도 당신이 많이 사랑받고 있다고 항상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제가 바란 것은 그 마음 하나였는데 미숙해서 제 마음대로는 늘 되지는 않네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존재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함께 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 어렵지만 두 손 잡고 같이 맞춰가는 일들을 하고 싶었어요. 잘되지 않았지만, 당신이 원하지 않는 일 같아서 그것 또한 긍정하기로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을 포기하는 것도 사랑의 다른 형태 같더라고요.

그래서 대신 당신 옆에 있을 동안은 당신에게 행복한 순간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당신이 태어난 날에 함께 축하하는 일, 계절이 바뀌었으면 계절별로 맛있는 음식을 챙겨 먹는 일, 당신이 출장을 가면 도시락을 만들어 줘보고 함께 강과 산을 걷고 당신의 흰머리를 뽑아주고 손톱을 정리해 주는 일들. 그런 일들을 훗날 당신이 잘 기억해 줬으면 좋겠네요.


처음 당신이 살아온 것들을 들었을 때 안아주고 싶었거든요.

고생 많이 하고 살았구나, 싶어서.

지금도 전 여전히 당신이 애잔하고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당신,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지 않기를 바라요.

한숨도 쉬고, 뒷걸음질도 쳐보고,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 앞에서 어쩔 수 없다고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곤 하는.

그런 순간들을 가만히 느끼면서 사는.

조금은 그런 여유로운 시간도 만들면서 사시길 항상 바랍니다.


쉽지 않죠. 사는 것이.

이제껏도 쉽지 않았고 혼자 이겨내야 하는 일들도 너무 많고 기댈 곳 없어 무너지는 순간들도 많이 지나왔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단단해졌다는 것을 모르지 않아요.

잘 살아왔어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그 말이 항상 해주고 싶었어요. 잘 살아왔다고.

그리고 힘들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손도 내밀어 보고 의지도 해보길 바라요.

그래도 괜찮아요. 의지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는 합니다.


이제껏 잘 살았고 앞으로도 잘 해낼 거예요.

정 많고 착한 당신이 항상 그 따뜻한 성품을 어느 먼지 낀 바람결에라도 무너지지 말고 늘 품으며 살길 바라요.

그리고 제가 당신 삶에 잠시 머무르면서 조금은 당신 삶의 온도가 올라갔다면 좋겠네요.


생일 축하해요.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고

봄에는 라일락 꽃향기에 발걸음을 멈추며 잠시 돌아볼 줄도 아는

그런 삶을 늘 사시길.


당신의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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